쿠사마 야요이전은 대구미술관 역사에 기념비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쿠사마 야요이전에 다녀간 관람객 수는 33만여 명. 이는 당초 대구미술관이 목표했던 관람객 1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올해 대구미술관은 쿠사마 야요이전 성공을 발판 삼아 국내 미술관 최초로 장샤오강 회고전(6월 14일~9월 10일)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시선은 장샤오강 회고전에 쏠려 있다. 현대미술의 거장 장샤오강이 명성에 걸맞은 흥행 성적을 남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와 장샤오강은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관람객 수로 흥행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 예술을 숫자로 평가하는 것은 작가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무리에도 불구하고 전시 오픈 후 한 달 동안의 두 전시 흥행 성적을 비교해 보았다.
관람객 숫자로만 볼 때는 쿠사마 야요이의 압승이다. 대구미술관에 따르면 쿠사마 야요이전에는 오픈 후 한 달간 8만6천132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반면 장샤오강 회고전은 1만9천175명이 관람했다. 하루 평균 쿠사마 야요이전에는 3천312명, 장샤오강 회고전에는 738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셈이다.
쿠사마 야요이전에 비해 장샤오강 회고전을 찾는 사람이 적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장샤오강 작품은 대중성이 떨어진다. 문화대혁명과 천안문사태 등 격동기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중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주제가 갖는 어두움과 무거움으로 인해 일반 관객들이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체험이 가능했던 쿠사마 야요이전과 달리 장샤오강 회고전은 눈으로 감상만 해야 하는 점도 초반 흥행 성적을 가른 원인으로 평가된다. 관람객의 연령 분포를 들여다보면 두 전시의 성격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전에 다녀간 초등학생'영유아는 2만7천753명으로 한 달 관람객 수의 3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장샤오강 회고전에는 4천469명의 초등학생'영유아가 다녀가 한 달 관람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로 뚝 떨어졌다.
특히 영유아 관람객 수는 쿠사마 야요이전이 1만6천303명인 반면 장샤오강 회고전은 2천205명에 불과했다. 쿠사마 야요이전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 연령 관람가 영화였다면 장샤오강은 19금 영화에 비유될 만큼 관람객층이 달랐다.
여기에 시기적인 요인도 한몫을 했다. 쿠사마 야요이전은 휴가와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에 오픈을 했다. 하지만 장샤오강 회고전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 속에 학교 시험기간과 비휴가 시즌까지 겹쳐 초기 동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구미술관은 장샤오강 회고전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두 전시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숫자로 비교'평가하는 것을 경계했다. 쿠사마 야요이전 성공 이후 대구미술관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전시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샤오강 회고전은 이런 지적을 무마시킬 수 있는 카드다. 쿠사마 야요이전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면 장샤오강 회고전으로 미술사적 의미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쿠사마 야요이전이 관람객이 참여하는 뜨거운 전시였다면 장샤오강 회고전은 차가운 전시다. 대중성은 쿠사마 야요이가 좋지만 시장에서는 장샤오강을 더 높이 평가한다. 상이한 두 거장의 작품 세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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