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듣는 클래식]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입력 2014-07-17 14:35:46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구에 살다 보니 많은 공연을 보지는 못한다.

지난해 6월 말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지인과 함께 영국에서 건너온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이하 AAM)의 공연을 보았다. 그동안 여러 클래식 음반을 들어오면서 AAM이 궁금했었다.

AAM은 고(古)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호그우드(1941~ )가 1973년 창단한 단체다. 이들은 원전을 그대로 연주하며 악기 또한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로 17, 18세기 관현악과 오페라를 택하며 모차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과 해석을 최대한 복원한 연주를 보여준다.

공연에서 이들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다. '사계'도 좋았지만 사실 나에게 AAM은 모차르트의 곡들로 더 인상 깊다. 이들이 세계 최초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을 고악기로 녹음했기 때문이다.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AAM의 여러 모차르트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들어볼 만한 것은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g단조다. 1788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작곡된 곡으로 클래식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들으면 한 번에 알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명반 또한 많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푸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브루노 발터, 칼 뵘, '질주하는 슬픔'을 표현했다는 푸르트 벵글러 등의 음반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AAM의 연주는 여러 음반들 중에서도 꽤 개성이 강한 편이다. 약간 빠른 템포이면서 음색이 독특하다. 각기 다른 악기들이 엷게 층층이 쌓여져 곡이 진행되는데, 그래서인지 힘차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대신 날렵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특히 현악기의 선율이 예민하게 살아 있어 귀 기울여 듣는 재미가 크다.

물론 이 곡은 AAM과 같은 원전 연주가 아니더라도 어떤 연주가의 음반이든 서정미와 솟구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에너지가 있는 곡이다. 교향곡 제25번 g단조와 더불어 단조로 작곡된 곡으로, 힘찬 멜로디를 지녔으면서도 끄집어 낼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곡 전반에 스며들어 있어 쓸쓸하면서도 웅장하다. 위로받을 수 없는 피로가 한껏 몰려오는 요즘 이 음반에 손이 자주 가는 걸 보니 소설가 하루키가 힘들 때 이 곡을 듣고 늘 에너지를 얻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여름날 오후 잠시라도 주변의 일들을 내려놓고 모차르트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동애(오디오 동호회 '하이파이' 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