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를 선동한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예쁜 아리안 아기 선발대회'에서 1등으로 선정한 아이가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유대인에게 열등민족이란 낙인을 찍고 수백만 명을 학살한 나치가 독일의 순수 혈통인 아리안족(族)의 완벽한 모델로 삼은 아기가 유대인 부부의 딸이었다니 이보다 더 웃기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혈통과 인종에 관한 그같은 극단의 보수적인 역사를 지녔던 독일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순혈주의를 타파하면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독일은 월드컵 대표팀에 폴란드계, 알바니아계 그리고 터키 이민자 2세와 튀니지 혼혈 선수를 영입하면서 '녹슨 전차'를 '스마트전차'로 탈바꿈시켰다. 선수단의 26%를 이민자 혈통으로 채우는 이종교배를 통해 독일 전차군단을 세계 축구의 정상에 우뚝 세운 것이다.
독일 축구가 이렇게 '게르만 순혈주의'를 버린 다음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축구는 자질이 훌륭한 브라질 선수가 그토록 귀화를 원했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한 배타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 감성과 연고주의에 얽힌 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그것이 근시안적인 감독 선임과 선수 기용의 실패 그리고 16강 좌절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의 눈에는 잘도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지나친 혈통주의와 순혈주의를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 사회인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더한 인종주의적 편견과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에서 아이비리그를 나와도 일단 흑인이라면 한국에서는 대학이건 학원이건 발붙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많은 코시안과 라이 따이한을 우리는 한울타리 안에 넣어주길 꺼린다. 혼혈에 대한 멸시와 혐오를 동반한 감정의 반영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슈퍼볼 MVP 하인스 워드처럼 성공한 혼혈에는 박수를 보낸다. 아시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중국 조선족과 러시아 고려인에 대한 천대는 또 어떤가.
작가 조정래는 "한국 사회는 혈통 문제에 두 번째 혁명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6'25전쟁에 따른 혼혈아 양산에 이어 농촌의 동남아 며느리와 도시의 외국 근로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독일처럼 낡은 가치인 순혈주의를 버릴 때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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