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훼손·무단 벌채 잦아 주변엔 작은 나무 없을 정도…울진군 2년 전 훼손 '방치\
한 사진작가에 의해 무단 벌채된 울진 천년대왕송(대왕소나무)의 현재 모습은 과연 어떨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16일 오후 취재진은 비지땀을 흘리며 천년대왕송을 찾았다.
울진군 서면 소광리 초입에서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20여 분간 이동한 뒤 1시간여 동안 험한 비탈길을 올랐다. 해발 800m에 위치한 천년대왕송은 20여 개의 굵은 가지 모두 하나같이 용틀임해 웅장함을 자랑했다. 껍질도 희귀하게 거북등처럼 육각형이고 몸뚱이 전체가 붉은색으로 가히 천하제일의 금강송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서쪽은 절벽이고, 능선에는 시도때도없이 돌풍이 불며, 뿌리는 암반에 자리 잡고 서 있다. 대왕소나무 수령은 600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14m, 둘레는 5m로 동행한 3명이 손을 맞잡고서야 천년대왕송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산림청과 울진군의 책임회피
천연대왕송의 등산로 쪽으로 뻗은 가지 2개가 톱으로 잘린 흔적이 뚜렷했고, 대왕송에서 5m 떨어진 곳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 2그루도 통째로 잘려나갔다. 대왕송 반경 10m에는 작은 나무조차 없을 정도로 평탄하게 정리돼 벌채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더구나 2년 전 본사 취재진이 울진군 관계자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도 잘린 흔적을 발견한 점으로 미뤄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나 울진군은 벌채와 훼손 사실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 군민이 청와대 신문고에 고발한 후에야 벌채 사실을 알았다고 국유림관리소나 울진군은 강변하고 있어 책임 추궁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국현 사진작가는 구도를 잡는다는 이유로 천연대왕송 가지를 자르고 인근의 '신하송'(지름 60㎝, 높이 13m, 수령 최소 220년 이상) 등을 무단벌채했다.
그런 뒤에 장 작가는 2011년 '조작된' 대왕송과 금강소나무 사진을 내보이며, 울진군과 경북도에 울진 금강송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40㏊에 2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8만 그루에 달하는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관리하는 울진국유림관리사무소는 당시 장 씨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러나 금강송 소유권이나 관리 권한도 없는 울진군과 경상북도는 장 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5월 군과 도의 예산 지원을 받은 장 씨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을 이유로 조작된 천년대왕송 사진 등을 갖고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 국제전시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전혀 진척이 되지 않은 반면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장 씨의 대왕송 사진은 한 장에 400만~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장 씨는 유명세를 얻었다. 대왕송 관리권도 없는 군과 도가 장 씨에게 농락당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뒤늦게 보호수로 지정한 산림청
산림청은 천연대왕송의 체계적인 관리와 정비를 위해 지난 6월 5일 보호수 지정을 고시했다. 또 생태적 관점이나 상징적인 의미에서 중요성이 큰 대왕소나무에 대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장 씨가 이미 대왕송을 훼손하고 주변 신하송 등을 벌채한 상황에서 뒤늦은 보호수 지정은 '면피용' 대책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 내 수령 500년 된 소나무 등 2그루는 1995년 보호수로 지정된 반면 대왕송은 그보다 20년이나 지나서야 지정됐다. 그만큼 산림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뜻이다.
산림청은 지역에서 제기되는 대왕송의 천연기념물 지정 요구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갓 보호수 지정이 된 상태에서 문화재법의 저촉을 받는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은 힘들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다만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울진 금강송 탐방코스에 대왕송을 포함시키려고 올 연말까지 대왕송으로 가는 7㎞의 숲길을 전면 정비할 계획이며, 내년 7월쯤 탐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탐방하려면 울진국유림관리사무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되고,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13㎞), 2구간(12㎞), 3구간(18㎞)을 선택할 수 있다. 개설되는 대왕송 탐방 코스는 두천리~대왕송 7㎞ 구간과 새재~대왕송 6㎞ 구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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