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통령' '닭근혜' '레임닭'…,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새말들이다. '댓통령'은 '댓글+대통령'의 줄임말인데, 댓글로 국민들과 열심히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뜻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댓글로 선거에 개입하여 대통령이 되었다는 비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닭근혜'는 '닭+박근혜'를 줄인 말로, 공약을 하나하나 폐기하는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쁜 닭에 비유한 말이다.
최근에 나온 '레임닭'은 영어 '레임덕'(lame duck)을 변형한 표현이다. '레임덕'을 직역하면 '절뚝거리는 오리'가 된다. 임기 말에 힘 빠진 대통령이 정책 집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덕'을 '닭'으로 바꾼 '레임닭'은 레임덕에 빠진 듯한 박근혜정부를 비꼬는 신조어이다. 이와 함께 '후다닭'이라는 말도 쓰인다. '일을 서둘러 빨리 해치우는 모양'을 가리키는 '후다닥'을 살짝 바꾸었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인사청문회에 나가지도 못하고 물러난 뒤,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통과를 재촉하고 야당을 압박하던 대통령의 태도를 비유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새말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가카, 쥐명박'이 유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놈현스럽다, 노구리' 등이 유행했다. 그 전에는 '슨상님' '영샘이' '물태우'가 있었고, '전대갈' '박통'도 쓰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들은 이전의 표현과 큰 차이가 있다. '전대갈' '노구리' '쥐명박' 등은 인물의 외모나 성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풍자하는 '희화화'(戱畵化)의 차원이었다. 이와 달리 '댓통령' '닭근혜' '레임닭'은 현 정권의 존립 근거를 의문시하고, 공약을 잇달아 폐기하는 '무신뢰'의 정치를 비판하며,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 총체적 혼돈과 위기 상황을 비수처럼 묘사했다.
취임 1년 반도 안 된 시기에 '레임닭'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가? 왜곡된 역사관과 신념을 가진 총리 후보자를 반대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그 출발점이다. 세월호 대참사의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무대책과 자기 부정에 이르러 국민은 '레임닭'으로 응수했다. 인사 참극이 벌어졌음도 원인을 '정략적 야당'과 '야속한 국민' 탓으로 돌렸고, 아직 청와대에서는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극보수층조차 지지 철회를 앞다투어 표명하고, 여당은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박근혜정부가 임기라도 명예롭게 완주하려면, 적어도 '댓통령'과 '레임닭'이라는 말을 국민의 기억에서 지우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뿌리째 뒤흔든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철저하게 재조사해서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한다. '국가개조'니 '정면돌파'라는 구호는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정권 안위를 위해 봐주기 수사, 봐주기 재판으로 끝나서는 답도 희망도 없다. 더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국정원 개혁을 결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국가 질서를 문란케 하던 국정원을 바로잡고, 정통성 시비와 자기모순을 극복한 대통령이었다는 역사적 평가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리고, '레임닭'이 너무 일찍 태어나게 한 인사 추천 책임자에 대해서도 분명한 조치가 요구된다. 두 명의 총리 후보자,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자로 판가름났음에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의 어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능력 또는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책임 추궁 없이 '후다닭' 넘어가려 한다면 정권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비극적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또 어떤 새말들이 만들어질 것인가? 국민은 걱정스러움을 넘어 이제는 솔직히 두려운 심정일 것이다. 그러한 인터넷 새말은 국민, 누리꾼들이 만들어 내지만 그 의미를 결정짓는 바탕 재료는 대통령이 제공하는 것임을 청와대에서 분명하게 알았으면 한다.
이정복/대구대 교수·국어국문학과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