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비만이 질병인 시대

입력 2014-07-14 07:01:45

건강검진을 받은 수검자들은 2주 후에 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한다. 건강 검진 결과지 앞장에는 이상 소견 위주의 요약이 적혀 있다. 그래서 검진자들을 맞이하기 전에 요약 소견을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젊고 다른 질병력이 없는 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하지만, 나이가 많고 지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이상 소견들이 나열돼 있어 설명도 많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 처방도 해야 한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있다. 면담의 마무리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상 소견의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같은 대사성 질환이고, 대사성 질환은 상당 부분 비만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끔 "체중이 적게 나가 고민"이라는 배부른(?) 상담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로 체중 감량에 대한 상담이다. 대부분 운동 부족이어서 주 4, 5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일을 마치는 시간이 늦어서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운동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계단 이용하기, 버스 한 코스 전에 내려 걷기, 점심식사 후 직장 근처 가벼운 산책하기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할 수 있다.

비만 관련 학회에 갔을 때 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풍자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운동을 위해 헬스클럽을 방문하는 사람의 뒷모습인데, 옆에 있는 긴 계단을 놔두고 중앙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은 놔두고, 따로 시간을 내서 특정한 장소에서 정식으로 하는 것이 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운동만큼 중요한 건 먹는 것을 조절하는 일이다. "저는 운동도 많이 하고 조금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어요." 흔히 듣는 환자들의 푸념이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중 증가를 야기하는 질환이 없다면 운동하고 생활하면서 소비되는 열량만큼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체중 감량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대화 외에도 남자는 술을, 여자는 과일을 많이 먹는지 확인한다. 남자들은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이면 의외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다. 의외로 여자들 중에서는 "과일은 살이 안 찌는 것이니 많이 먹어도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며 체중감량을 강조하지만 다음 검진에서 체중을 줄여서 오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살이 더 찌는 경우도 제법 된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한 체중감량이 아닌가 싶다. "운동 잘하시고 식사 조절, 절주 등을 잘 지켜서 다음 검진 때는 5㎏만 빼서 만날 수 있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이런 약속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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