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작가로 널리 알려진 서양화가 장이규(계명대 교수) 개인전이 15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열린다.
장 작가는 21세기 자연주의자로 불린다. 소나무로 대변되는 자연을 그리고 있지만 충실한 재현을 넘어 자신만의 색깔이 투영된 질서와 조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를 담되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그의 말은 장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표현이다.
장 작가는 정확하고 탄탄한 소묘 능력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데생하듯 채색한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장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색채는 화면을 치밀하게 구축해 나가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그의 색채 감각은 경쾌함과 가벼움 대신 중후함과 견고함을 추구한다.
장 작가는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린다. 장르 간 구분이 사라지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고전지향적인 풍경화는 자칫 구태의연하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단순히 자연주의를 향한 집착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장 작가가 자연을 통해 예술의 인간화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질서정연한 그의 풍경화는 자연이 지닌 혼돈의 욕구가 정제된 상태다. 이는 미술사학자 한스 제들마이어가 말한 '자연의 인간화' 상태라 할 수 있다. 장 작가는 독특한 질서 감각으로 충만한 화면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융화되는 비전을 제시한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관점에서 그의 자연주의 풍경화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장 작가의 시선은 고도 경주의 계림숲에서 형성됐다. 미술학도 지망생이었던 시절, 얽히고설킨 나뭇가지와 잎사귀, 그 사이로 힐끗힐끗 비치는 하늘은 마치 풀어야 할 실타래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미로처럼 형성된 대상을 화폭 위로 어떻게 재현해 낼 것인가? 그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강산이 수차례 변하는 세월 동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상투적인 풍광이 아니라 산과 소나무가 과감할 정도로 화면을 가득 채운 장 작가만의 작품이 탄생했다.
장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매끈하고 진득한 유화물감의 물성에 매료되었으며 풍경화에서 보기 힘든 정사각형 캔버스를 사용하는 시도를 했다. 물감과 캔버스 형태, 그리고 화면의 평면성을 실험한 것이다. 이는 평면성, 물질성이라는 지각적 속성의 획득 여부에 따라 예술사의 진보를 논하는 클레멘트 그린버그 모더니즘을 닮았다.
소나무는 장 작가 인생에 전환점이 된 소재다. 그는 소나무를 그리면서 소위 말하는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그동안 소나무는 숱한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흔한 소재를 담고 있는 장 작가의 그림에 미술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전시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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