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구 시인·권상구 씨·이철우 교수…"무궁무진 매력 넘치는 도시"
우리는 '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활의 공간이기에 익숙하고, 그래서 식상하기도 한 도시. 하지만 파보면 몰랐던 과거가 계속 튀어나오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미래의 힌트도 엿볼 수 있다. 대구 발굴 및 재조명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대구의 비상기, 1950~70년대 재조명
대구 출신 상희구 시인이 최근 대구 연작시집 3집 '노곡동 징검다리'를 펴냈다. 그는 2012년 1집 '대구'를 시작으로 모어(母語), 즉 어머니가 쓰셨던 사투리(방언)로 시를 쓰고 있다. 2017년까지 모두 10권을 펴낼 계획이다.
그런데 이 작업이 단순히 대구 사투리로 시 쓰기인 것만은 아니다. 대구의 1950~70년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다. "광복,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며 우리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시기였습니다. 또한 대구가 웅도, 근대도시, 메트로폴리탄으로 비상한 시기였기도 합니다."
시인은 사투리, 풍속, 제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대구의 과거 흔적들을 시로 기록한다. 역사적 사실과 그 정서를 함께 시에 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답사 및 고증 작업이 따라붙는다. 보통의 시 쓰기보다 몇 배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시인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당시 서민들의 삶이다. "이번 3집의 부제는 '대구의 맛과 명소'입니다. 그런데 맛이라고 해서 소수 잘살던 사람들이 먹던 진귀한 음식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 서민들이 먹던, 가가호호로 전해지던 먹을거리에 대해 썼습니다." '짐장뱁추김치'나 '색똥눈까리사탕' 등이다.
시인은 내년에 4, 5집을 펴낼 예정이다. 4집 제목은 '권투선수 정복수'. 부제는 '대구의 사람'이다.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시로 소개하며 대구 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한다. '대구 10경'을 노래했던 서거정 선생, 이상화'서상돈 등 우국지사들, 허억 대구시장, 전라도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조재천, 수술 잘하기로 유명했던 곽예순 곽외과 원장, 유도왕 신도환, 그리고 요즘의 류현진이나 박지성처럼 승리로 서민들에게 큰 힘을 줬던 권투선수 정복수 등 유명 인사들은 물론, 시인 곁에 살았던 이웃들을 다룬다.
5집 제목은 '개살이 똑똑 듣는다'. 부제는 '대구 방언의 속살 들여다보기'다. '개살이 똑똑 듣는다'는 네댓 살 된 여자 아이들이 서로 질투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이 쓰던 관용 표현이다. 이처럼 잊히고 있는 관용 표현 및 방언들이 시의 소재다. 기록 그 자체로 대구 말을 보존하고, 문학성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시간여행지, 삶터로 대구는?
권상구 시간과공간 연구소 이사는 지난해부터 월간 '대구문화' 매거진에 '대구시간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대구를 대한민국 근대의 창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권 씨는 지난해 2월 구 문성당출판사 건물을 다룬 '중구 포정동 6-6번지로 가는 시간여행'을 시작으로 근대 대구의 흔적들을 새로 발굴하고 또 재조명했다. 대구산 베스트셀러 소설 '다각애'를 새롭게 조명했고, 대구 사람 절반이 보부상이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거상의 도시였던 대구를 탐구했다. 또 권 씨에 따르면 대구는 동방의 모스크바라 불릴 정도로 사상가들의 도시였고, 이 전통은 대구가 보수 야당도시로서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최근까지 18편을 연재했다.
권 씨가 이렇게 대구 발굴 및 재조명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02년 '거리문화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대구의 근대골목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현재 대구를 전국에 알리고 있는 '근대골목투어'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권 씨는 "대구시간여행 연재는 근대골목투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자료 수집 작업인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는 아직 무궁무진한 발굴 및 재조명 거리가 남아 있다. 그만큼 근대골목투어도 업그레이드할 부분이 많다"며 "기억과 정서를 문화적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를 인문지리학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도 있다. 최근 이철우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와 현직 교사 6명이 함께 펴낸 '삶터, 대구의 이해'는 대구를 삶의 공간, 즉 삶터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작업물이다. 대구가 과연 살만한 삶터인지 분석하고, 대구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의견도 내놓는다. 책은 ▷대구 삶터의 발자취 ▷빼어난 자연환경 ▷대구시 공간환경의 진화 ▷진화하는 대구 경제 ▷대구 문화의 겉과 속 ▷활기차고 살기 좋은 도시로 등 모두 6장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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