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지구 재개발 주민 갈등 "사업 멈추나"

입력 2014-07-11 10:30:30

조합장 선임·정비업체 이견…조합원간 맞서자 경찰 출동

지난달 26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 대명2동 명덕지구 주택재개발 지역 주택가 벽에 붙은 대자보. A씨, B씨 양측이 서로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놨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 대명2동 명덕지구 주택재개발 지역 주택가 벽에 붙은 대자보. A씨, B씨 양측이 서로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놨다.

지난달 25일 오후 7시 20분쯤 대구 남구 대명동 남구보건소 주변 빌라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까지 출동한 가운데 주민 수십 명이 빌라를 둘러싸고 있었다. 빌라에서 나온 명덕지구 주택재개발(조합원 560명) 조합장 A(70) 씨는 사설 경호원의 보호를 받고 차량에 올라탔고 주민들은 차량이 출발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조합과 조합장 문제를 결판 내자"고 외쳤고 차 안의 A씨는 묵묵부답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조합 감사를 맡은 B(58) 씨가 나와 "조합 문제를 끝장 토론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명덕지구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내홍을 겪고 있다. 2004년부터 추진 중인 이 사업은 2009년 A씨를 조합장으로, B씨를 감사로 선출해 조합을 설립한 후 본격화됐다. 이 지역은 구역 면적 8만986㎡, 현재 계획상 연면적 25만338㎡, 1천460가구의 아파트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동네에는 관련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올 3월 대의원 개최 정수(56명)가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회의를 열었고 '조합장 및 임원 선임의 건' 등 4개 안을 심의나 의결 없이 통과시켰다. 이에 B씨는 3월 말 법원에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5월 열린 주민총회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B씨가 선거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A씨가 도우미들을 고용했고, 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재선에 나선 A씨를 찍을 것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또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가 자격 미달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도 이를 조합에 알리지 않은 것도 갈등을 심화시켰다. 영업정지를 받고 나서 5개월이 지난 3월에야 이 사실을 안 B씨는 "A씨가 문제가 있는 정비업체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반면 A씨는 "영업정지라도 그간 하던 일은 할 수 있다"며 "당시 조합 사무실이 운영되지 않아 영업정지 사실 전달이 안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에 따르면 정비업체가 영업정지 3개월 이내 조합에 알리지 않으면 다시 행정처분을 받아 사업자 등록 취소 대상이 된다.

양측이 반목하면서 주민들은 자칫 사업이 취소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동네에 붙어 있는 대자보를 본 한 주민은 "서로 이권 다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재개발은 물 건너갔다"고 했다. 동네 상점에서 만난 주민은 "요즘 동네가 이쪽 편, 저쪽 편으로 갈라졌다"며 "형, 동생 하며 지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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