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는 배우 정우성(41)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에, 조각 같은 몸매. 전작 '감시자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끈다. 마흔 살을 넘은 배우 같지 않다. '영원한 오빠'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 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초반 정우성은 '찌질한' 프로바둑 기사로 등장, 고학생처럼 보이는 안경을 쓰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오는데 그 모습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중반 이후부터 '정우성 멋지다'를 연발할 만큼 비주얼적인 매력을 톡톡히 풍긴다. 특히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바둑의 흑과 백 돌처럼, 흰 슈트를 입고 검정 슈트를 입은 적들과 싸우는 모습은 감각적이다. 이 장면에서 여성들은 꽤 가슴 떨렸을 것 같다.
다른 배우가 아닌 정우성이니 멋지게 소화한 것 같다고 하니, "감사하다"고 웃었다. "많은 영화에서 배우들에게 옷을 다양하게 입히는 걸 두려워해요. '신의 한 수'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만화 같았어요. 외형적으로 복수라는 무거움보다는 가벼운 캐릭터로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래서 의상도 과감하게 선택했고요."
'신의 한 수'는 액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비슷한 스토리로 전개돼 재생산되는 영화가 많잖아요. 액션 장면도 비슷하고요. '우리는 다르게 해보자. 더 거칠고 남성적인 현장의 스피드를 담아 보여주자'는 욕심으로 참여했죠."
정우성은 "이런 액션을 보여주는 게 노림수였다"며 "사실 패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묘하게 잘 맞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그를 믿어줬고, 의견을 구해 상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과 무술감독님이 정우성이 하면 믿고 담겠다고 하더라"고 회상하며 고마워했다.
신경을 쓰긴 했지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을 뿐"이라며 시나리오를 쓴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컨테이너 냉동 창고와 기원(棋院) 액션 장면 등에서 작가분이 공간과 액션의 성향을 잘 나눠 줬어요. 전 그걸 충실히 하면 됐을 뿐이에요. 앞에는 이렇게 했으니 뒤에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정우성은 팬들이 자신을 보고 즐거워할 만한 작품이 액션과 멜로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데뷔 20주년이 되는 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액션 '신의 한 수'를 택한 이유다. '감시자들'로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에게는 여전히 정우성은 통한다는 걸 알려준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떠밀리듯 영화계에서 멀어졌다. 전 소속사를 나오게 되면서 해외 프로젝트도 안 됐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4, 5년 공백 기간이 생겨버렸다. 영화를 향한 갈증이 심했다.
"공백기 동안 한국영화 시장이 성장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드라마를 하긴 했지만 나도 빨리 영화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렇게 선택한 게 이 영화예요."
'감시자들'의 조연으로 제대로 워밍업했던 그는 이번에 '액션 본능'을 터트렸다. 그간 '무사'나 '검우강호' '감시자들' 등에서 액션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렇게 '땀 냄새 날 것 같은' 액션은 '비트'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성공적이다.
정우성은 치정 멜로극 '마담 뺑덕', 멜로 '나를 잊지 말아요' 등 다음 작품들을 연달아 골랐다. 팬들이 좋아한다던 또 다른 장르, 멜로다. 제2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바빠졌다. "전략적인 건 아니에요. 캐릭터가 제게 자극을 줬죠. 액션 했으니 다음엔 멜로를 하고 싶었기도 했고요. 액션을 한 뒤 다른 액션을 통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 힘들잖아요. 다른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만 솔직히 쉽지 않고요. 멜로도 다른 멜로로 감정 잡는 것도 어려운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마담 뺑덕'은 도전이에요."(웃음)
정우성은 요즘 들어 달라 보인다. 과거 접근할 수 없던 이미지였다면 현재는 친근하다. 몇몇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편안한 인상을 줬다. 그는 예전에도 똑같았다고 했다. "현장 스태프 앞에서 '개그콘서트' 흉내 내고 그랬어요. 저와 가까운 스태프는 '늘 저랬는데 지금 사람들이 알아본 것'이라고 해요. 절 어필하기 위해서 저답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모습이 잘 전달되지 않은 적은 있지만요."
코미디 장르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니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잘할 것 같지만 완전 코미디는 못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물론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가 진지해지는 것일 뿐 망가지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다. 그는 "'신의 한 수'에서도 초반에 무릎 꿇고 살려주세요 하는 것도 망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며 "주인공의 변화된 캐릭터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 더욱더 필요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미디 장르에는 연거푸 자신 없어 했다.
정우성 하면 절친한 이정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로 두 사람은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고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바랐지만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시나리오가 많이 돌아다니지만 우리 두 사람이 나올 만한 작품을 찾는 게 어려워요. 성향 다른 배우 둘을 갖다놨을 때 균형을 맞춘 것도 찾기 힘들고요. 뻔한 스토리로 해보자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다고 아무거나 할 순 없잖아요. 제가 직접 연출하라고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때 해야죠."
작품 외의 관심사를 물으니 "영화"라고 대답한 정우성은 올해와 내년에도 열심히 '영화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배우는 촬영할 때 더 멋있어요. 쉴 때 망가져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계속 술자리 갖고, 푸석해지기도 하죠. 촬영할 때는 정말 괜찮아요.(웃음) 20년 전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겠다는 의욕과 꿈, 열정을 발견한 시기였죠. 앞으로 20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이제는 준비된 신인인 것 같아요. 결혼요? 결혼한 사람들이 좋은 얘기는 안 하더라고요. '신의 한 수'에서도 나오잖아요. '왜 악수를 뒀느냐'고요. 하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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