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단골] 동백라이온스클럽 고래와 참치

입력 2014-07-10 14:16:13

참다랑어'밍크고래만 취급…한 점 머금자 '사르르'

자칭 미식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지 않는다. 먹기 전에 음식 재료의 신선도와 향, 색깔, 맛 등 작은 부분까지 따지고, 먹는 순간에는 온 신경을 혀에 집중한다. 조금이라도 더 맛의 미학을 느끼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미식가처럼 먹을 수는 없다. '맛있다' '신선하다' '부드럽다' 등의 감탄사만으로도 음식의 맛과 품질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고래와 참치'에서 먹는 참치와 고래고기는 먹는 순간 이러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얼리지 않은 생참치

고래와 참치에서는 참다랑어만 취급한다. 참다랑어는 '참치 중의 참치'로 불릴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눈다랑어와 황새치는 뱃살만 쓴다. 이곳 참치는 지중해산으로 잡은 뒤 냉동하지 않고 항공편으로 통마리째 직송해 온다. 따라서 운이 좋으면 참치를 해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 눈살과 턱살 등 특수부위도 얻어먹을 수 있다. 단골손님에게는 참치 잡는 날짜가 통보되고 오지 못하는 손님에게는 스마트폰을 통해 해체 장면이 전송된다. 부위별로 해체된 참치는 바로 숙성고로 향한다. 책임 요리사 이태명 실장은 "참치를 숙성하면 보관도 오래할 수 있고 더욱 차진 맛이 난다"고 했다.

가격이 비싸 중급 참치 코스(1인분이 5만5천원) 요리를 주문했다. 죽과 샐러드, 회, 초밥 등으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참치회가 준비된다. 참치 마니아층이 가장 선호한다는 배꼽살을 비롯해 머리 쪽에서 떼어낸 눈밑살, 정수리살, 볼살, 아가미살 등이 가지런히 올라 있다. 금가루를 살포시 뿌려 식감을 돋운다. 냉동참치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실장은 "생참치는 수분과 세포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동백라이온스클럽 황순애 씨는 "연분홍빛 속살에 하얀 눈이 내렸어요. 입에 넣자 씹기도 전에 녹아 사라지는 게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입니다. 맛있어요." 한영창 씨는 "생참치라 그런지 살점에서 그득 배어 나온 기름기는 비린 듯 고소합니다. 뱃살은 차진맛이 납니다. 질긴 힘줄을 씹을 때는 오독오독 씹히는 게 '참치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있다"고 했다.

배기억 씨 역시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맛이 괜찮아 좋은 친구들과 가끔 들른다"며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뱃살 등 부위별로 느껴지는 고유의 맛과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육즙이 자신도 모르게 참치를 먹는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고 했다. 회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신여정 씨는 "생참치라 그런지 거부감이 없어 맛있게 먹는다"고 했다.

이 실장은 "좋은 참치라면 생고추냉이와 간장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치 않아요. 고추냉이(와사비)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참치회의 고유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간혹 참치회를 김에 싸서 먹는 손님이 있는데, 이는 김의 독특하고 강한 냄새가 참치회의 고유한 참맛을 저버리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12가지 맛 나는 고래고기

이 집에서는 고래고기도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고기는 밍크고래다. 냄새가 심하고 육질이 떨어지는 '곱시기'라 불리는 돌고래는 상대하지 않는다. 모둠을 시키니 우네(가슴살), 오베기(꼬리) 등 대여섯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부위마다 맛이 다르고 씹히는 차이가 확연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곁들여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 실장은 "고래고기의 참맛을 보려면 소금에 찍어 먹고, 진한 맛을 좋아하면 오래 삭힌 멸치젓국이 좋아요. 고래 특유의 냄새가 싫으면 묵은지에 싸서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고래고기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배기억 씨는 "고래고기는 뱃살을 으뜸으로 친다. 대부분 어류의 뱃살이 그렇듯이 쫄깃거림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 집에서는 그날그날 삶아내기 때문에 신선하고, 고래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자주 들른다"고 했다.

황순애 씨는 "참치처럼 담백해요. 비린 맛도 안 나 맛있어요. 참치 코스를 시키면 서비스로 줘 먹는데 별미"라고 했다. 한영창 씨는 "고래고기는 씹을수록 고기 맛이 느껴진다. 시장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그 맛이 그 맛인데 이 집 고기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신여정 씨 역시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다른 맛이 나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재료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 물건 욕심이 많아 일요일은 멍게나 성게알, 홍삼 등 부재료를 구하기 위해 부산이나 울산 등지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생참다랑어 코스 보통(1인 기준) 3만8천원, 중급 5만5천원, 고급 8만원. 밍크고래 모듬 10만원(중).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일요일, 추석'설 명절 휴무)

▷규모: 30여 석

▷예약: 053)763-3154, 대구 수성구 황금동 6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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