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오일씰공업 시간선택제 성공사례…정직원은 야근 부담 덜고, 품질 향상
주부 강윤선(32'달성군 논공읍) 씨는 지난달로 달성군 논공단지의 '평화오일씰공업㈜'에 다시 근무하게 된 지 만 1년이 됐다. 강 씨는 9년 전 결혼과 함께 이곳을 그만뒀다. 5년 동안 열심히 다닌 직장이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이 된 것이다. 아이가 작년에 초등학생이 되자 다시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전 9시까지는 출근해야 하는 보통 직장의 근무시간대는 그의 일과와 맞지 않았다.
그러다 강 씨는 작년 7월부터 평화오일씰공업의 시간 선택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근무 조건이 딱 좋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에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정규직 대우를 받는 조건이었다. 그의 일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용 고무실링(패킹) 완제품을 육안으로 검수하는 일이었다. 하루 5시간 근무에 보수는 월 110만원 안팎, 시간당 임금은 6천200원으로 정규직 직원보다 조금 더 많았다. 강씨는 "집안일을 다 해놓고 출근할 수 있고, 오후에도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퇴근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평화오일씰공업의 실험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 근무 형태다. 주부나 퇴직을 앞둔 장년층이 주 대상이다. 기업은 구인난 해소와 특정 시간대 업무 집중이 가능하고, 1년간 시간 선택 근로자 임금의 절반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6월 현재 대구경북에는 총 67개 사업체에서 298명이 시간 선택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67개 중 제조업체 25곳을 제외하면 병원 간호사'요양보호사, 어린이집 보조교사, A/S 접수 상담 등 서비스직이 더 많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시간 선택제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77년 한일 합작으로 설립된 평화오일씰공업은 대구와 구미에 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비자동차 부문 고무실링 전문 생산기업이다. 직원 수 1천53명 중 817명이 현장직이며, 지난해 2천38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무 부담과 그에 따른 품질 저하라는 고민이 있었다.
"통상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데 일감이 많아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근무하면 12시간 동안 일하는 셈이죠.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고무실링을 육안으로 검수하는 일이 힘들어져요. 고객사들은 품질 강화를 요구하고요.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교통이 불편한 논공 지역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마침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에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신청하게 됐고, SNS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할 수 있는 주부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장 인근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6명을 뽑는다고 했더니 30명이 신청했다. 이후 지난 1년간 시간 선택제 사원은 29명으로 늘었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올해 3~5월 동안의 작업효율을 비교했더니 첫 기수 6명의 작업효율이 96%로 전체 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앞으로 시간 선택제 근로자를 현재 29명에서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55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 측은 오전 8시부터 정오,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2개 조로 나눠 시간제 근로자를 구할 계획이다.
검사반에서 일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 이묘숙(39) 씨는 작년 7월 평화오일씰공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 씨는 "그 전 직장에선 오전 8시 30분 출근에 오후 6시 퇴근이어서 너무 바빴다"며 "지금 직장은 가사와 함께 할 수 있어 좋고, 휴가 같은 복지도 잘 돼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선진국형' 시간 선택제, 확산에는 숙제 많아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산과 정착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사업주들은 '육아와 일'의 양립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는 정부의 유인책이 있지만 '1년간'이라는 단서 때문에 섣불리 사람을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평화오일씰공업 관계자는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낮춰 기업에 지원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 선택제 기업을 위한 재정 지원부터 통근 버스 및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부 생산라인 중심의 제조업체에서는 8시간 근무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4, 5시간짜리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가 어정쩡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고용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직무 분석 등을 통해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구고용센터 김복희 팀장은 "사업주들이 여전히 '시간제=비정규직'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며 "고용 선진국처럼 일하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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