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법관 비율 높은 대구 "이 잡으려 초가 태우는 꼴"
'황제노역' 판결로 논란을 일으켰던 지역법관제도(향판)가 이르면 내년 2월 상반기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축소'폐지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대구지역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기존의 향판을 양성화하는 지역법관제를 도입했다. 도입 취지는 법관의 독립성 강화, 잦은 전보 인사에 따른 재판 중단 방지, 법관 생활 안정 도모 등이었다. 지난 4월부터 '지역법관제도 개선 연구반'을 운영해온 대법원은 최근 현행 지역법관제를 대체할 3가지 방안을 연구반으로부터 건의받았다.
연구반은 ▷전국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특정 권역 지속 근무기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특정 권역 장기근무를 허용하되 근무기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지역법관제를 유지하되 근속기간을 7, 8년으로 줄이고 기간 종료 후 재신청을 받는 방안 등 3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은 지역법관제를 폐지하는 것이지만 세 번째 안은 유지 안으로, 대법원이 어떤 안을 선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역법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지역 법조계는 지역법관 축소'폐지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지역 한 지역법관은 "지역법관제는 장점이 많다"면서 "지역법관이 폐지돼 판사들 인사이동이 잦으면 사건을 파악하는 데 수개월이 걸려 재판이 늦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법관은 "'지역법관'이라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어 불만이 많다"면서 "차라리 지역법관제가 폐지되면 의심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300여 명인 지역법관 중 많게는 3분의 2 정도가 근무 지역을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국의 지역법관은 308명이고, 이 중 절반 정도는 지난 2004년 지역법관을 신청해 10년째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법관들이다. 대구고법 전체 법관 89명 중 30명이 지역법관이다. 현재 지역법관 비율은 대구고법 산하가 45%로 가장 높고 ▷대전고법 34% ▷부산고법 28% ▷광주고법 25% 순이다. 특히 지방의 주요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는 판사들에 대해서도 전보 인사가 대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
판사 출신인 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중원)는 "대구지역 법조인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대구에 있는 법관은 고향이 좋아서 지망했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대구 법조인으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지역을 지킨다는 애향심으로 일하고 있는 지역법관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석왕기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향판제도가 법조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판사들이 고향을 떠나서 멀리 왔다갔다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다른 곳에 가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제도였다"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워드
지역법관제=같은 고등법원 권역 내에서 10년간 근무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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