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읍민도서관 건립 30돌 소외된 교육환경 밑거름으로

입력 2014-07-10 07:32:49

"주민들이 일군 도서관, 마을 자랑이죠"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구룡포읍민도서관'.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순수 주민들의 힘만으로 이뤄낸 사립도서관이다. 신동우 기자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을 키워나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일궈낸 사립도서관이 있다. 부지 992㎡의 3층 건물, 보유도서 8천500권의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도서관이지만, 이곳 구석구석에는 주민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읍민도서관'이다.

주민 대다수가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구룡포읍은 1984년까지 이렇다 할 어린이용 공용시설이 없었다. 구룡포읍 출신의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 그해 5월 구룡포읍 중앙리에 여름공부방을 연 것이 도서관의 시초가 되었다.

대학생들의 뜻에 동조한 주민들은 이듬해 8월 '구룡포읍민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꾸렸고 마침내 1994년 6월 현재 위치에 도서관을 설립했다. 추진위원회는 물론, 각 지역의 향우회, 출향인사의 도움 등 읍민들의 자발적 봉사로 지어진 사립도서관이었다.

좌승근 구룡포읍민도서관 운영위원회장은 "조금만 여유가 된다면 자식들을 인근 포항 또는 대구로 조기 유학시켜야 안심이 됐고, 때로는 이런 이유만으로 고향을 등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구룡포는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철저히 소외되고 정체된 지역이었습니다."

시작은 무척 작았다. 평소 그물을 넣어뒀던 창고 건물을 수리한 자그마한 공간에 겨우 2천500여 권의 기증도서들과 50여 석의 열람석이 전부였다. 그래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놀이터였다.

좌 회장은 "면학에 대한 아이들의 바람이 얼마나 컸던지 좌석을 서로 차지하려는 쟁탈전을 벌이는 등 열기와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자정이 가깝도록 아이들로 북적이자 개관 당시의 염려와 편견들이 싹 씻겨져 나갔죠."

호응이 높아지면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 공간으로 확대됐다. 일반 가정주부의 여가활동을 위해 등공예 강습회를 열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구룡포문화'라는 향토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도서관은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다수 공공도서관이 좋은 시설과 풍부한 재정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에 반해 영세한 사립도서관으로서는 지역민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벅찬 탓이다.

좌 회장은 "열악한 지원으로 도시 공공도서관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도서관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감춰진 힘이 있다. 바로 자생적인 도서관이며 자발적인 회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도서관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소외된 지역사회에 문화적 행복을 선사했고 언젠가 향기 가득한 문화와 독서의 숲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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