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은 인간 종(種)의 성공 원인을 생물학적 다양성에 찾는다. 인간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는데 유전적 다양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인간 종과 집단, 개인의 유전적 가치는 유전자의 질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똑같은 유전적 집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을 획일화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았다. 우생학이 그런 예다.
고대에도 인간 개량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철학자 플라톤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해 출생의 제한을 주장했고, 스파르타는 기형아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였다. 19세기 말 영국 생물학자 프랜시스 골튼이 '우생학' 용어를 만든 이후 20세기 초만 해도 우생학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각국에서 우생학 협회가 만들어졌고 미국에서는 수천 명의 정신박약자들에 대한 피임 시술 프로그램이 벌어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개량이 인류에 대한 봉사라는 믿음을 가졌지만 찰스 다번포트처럼 열등 인자를 유전적 오염으로 간주해 흑인과 폴란드인, 이탈리아인들과 달리 미국 백인 집단의 보호를 주장하는 과학자도 나왔다. 독일 유전학자 유진 피셔도 열등한 존재의 제거에 열을 올린 인물이다. 그의 제자나 추종자들 중 오토마르 폰 페어슈어, 요제프 멩겔레처럼 나치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유대인과 집시의 심장에 포르말린을 주입하는 범죄자도 양산됐다. 일제의 악명 높은 731부대도 마찬가지다.
선의든 아니든 사회적 결과를 분별하지 못한 과학자의 실험은 위험천만하다. 그 여파는 실험실을 넘어 집단적 편견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도 이런 생물학적 결정론의 가장 추악한 학설에서 기인한다. 그저께 LA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크다. 정확히 그 배경을 알 수 없으나 공권력 차원을 넘어 인종 차별의 성격이 농후하다.
최근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에 의해 납치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팔레스타인계 소년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었다'는 부검 결과 보도도 충격적이다. 인종적 편견과 종교'역사적 갈등이 빚은 증오 범죄의 극단적 사례다.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콥은 인간에 대해 "핵산과 기억, 욕망과 단백질의 가공할 혼합물"이라고 했다. 인간의 무지와 오만, 편견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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