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흉악범에게 공소시효가 면죄부가 되어서야

입력 2014-07-05 08:00:00

7일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범인이 면죄부를 얻게 된다. 1999년 5월 대구 동구 효목동 골목길에서 발생했던 김태완(당시 6세) 군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 천인공노할 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채 15년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다. 사흘 후면 어린이 테러범이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은 치안을 책임진 검찰과 경찰의 치욕이고, 우리 사회의 치부다.

동네 공부방에 간다며 집을 나섰던 김 군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얼굴에 황산을 뒤집어썼다.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몸부림치다 49일 만에 숨졌다. 김 군은 숨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어머니 박정숙 씨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고 한다. 사고 직전 골목 맞은편에서 오던 이웃 아저씨를 봤고 '(황산을 뒤집어써) 뜨거워지고 난 후에도' 그 아저씨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경찰은 김 군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직접 황산을 얼굴에 붓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군은 이미 황산을 뒤집어써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경찰이 다른 범인이나 증거를 찾아낸 것도 아니다. 사건 후 수사본부를 꾸렸지만 5년여 허송세월하다 2005년 해체됐다. 잊힐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지역 시민단체와 변호사 단체가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김 군이 목격한 용의자에 대해 진술한 녹음파일을 음성파일 분석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김 군이 일관되게 동네 한 주민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등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뿐이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기소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 전부다.

어린이 테러범에게 공소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치 전범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고 있는 독일에 배울 점이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에서 중대 범죄자에게 공소시효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일본도 중대범죄 12가지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을 뿐이다. 과거 미제 사건은 세월이 흘러도 범인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수사기법과 과학기술 발달로 과거 미제 사건도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소시효가 흉악범에게 면죄부가 되는 꼴은 더 이상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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