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첫 공식 확인…근무 경력 없는 8명 포함, 대부분 노인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이하 연료단지) 탓에 인근 주민들이 진폐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정부의 건강조사 결과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특히 연료단지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료단지에서 나온 먼지가 주민의 폐질환에 영향을 끼쳤다는 환경부의 공식 발표로, 건강피해배상과 연료단지 이전 등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의 건강문제에 대해 2012년부터 집중 보도해 정부의 공식 주민피해 입증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12월 24일 자 1면 등 보도)에는 진폐환자 규모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환경부는 4일 지난해 4월부터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안심 1~4동)의 만 40세 이상 주민(20년 이상 거주) 2천980명(전체 대상자 5천348명)을 상대로 건강조사를 한 결과, 28명에게서 진폐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폐증은 폐에 먼지가 들어가 굳어지면서 호흡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진폐증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직업적으로 분진에 노출된 이력이 없는 주민이 8명(여자 5명'남자 3명)이나 포함됐고, 이들 대부분(7명)은 70대 이상 노인이다. 직업성 진폐환자 20명(모두 남자) 중 8명은 안심연료단지 근무경력자고, 나머지 9명은 광업, 2명은 연탄공장 및 연탄장사, 1명은 건설업에서 일했다.
292명은 환기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152명은 비흡연자다. 환기기능장애는 기관지나 폐의 염증 등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폐기능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설문 조사 결과 연료단지 500m 내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증상 호소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500m 안의 주민(714명) 중 가래,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각각 27.7%(198명)와 21%(150명)로 조사됐다. 500m 밖의 주민(2천266명)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24%(544명)와 15.9%(359명)로 확인됐다.
연료단지가 있는 안심동의 주민이 천식으로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도 대구와 동구의 전체 비율보다 높았다. 안심동의 경우 천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10만 명당 7천565명으로, 동구(6천425명)와 대구(4천962명)보다 각각 18%, 52% 많았다.
환경부는 안심동 주민의 건강피해의 요인으로 연료단지에서 나오는 먼지를 지목했다. 환경조사를 통해 드러난 지난해 연료단지 주변 미세먼지(PM10) 평균농도는 여름철(8월) 47.5㎍/㎥와 겨울철(2월) 54㎍/㎥로 같은 기간 참고지역(경산 유곡동 대구한의대학교)의 평균농도보다 각각 7.6㎍/㎥와 11.5㎍/㎥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나타난 먼지의 상당 부분은 석탄 성분이 차지했다. 연료단지 500m 이내 지역에 쌓인 먼지를 분석한 결과, 평균 비중이 석탄의 주성분인 탄소와 질소 24%, 납 33.9%로 나타났다. 현재도 연료단지 내 연탄공장 3곳에서 연간 12만t의 연탄이 생산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연료단지에서 발생한 분진이 인근 지역의 대기 중 먼지농도에 영향을 주었고, 이는 주민의 호흡기 건강이 나빠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안심연료단지=1971년 10월 대구 동구 율하동 일대(9만8천485㎡)에 조성됐다. 현재 연탄공장 3곳과 양회(시멘트'콘크리트) 공장 2곳, 아스콘 공장 1곳이 운영되고 있다. 1971년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주민은 2만3천여 명이고 현재까지 거주하는 주민은 1만1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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