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입으세요" 섬유의 변신…원진실업

입력 2014-07-04 08:00:00

장비업체가 의류 브랜드 출시, 현대미술·전통문양 결합 제품

일반 기계분야 설비 제조업체였던 원진실업(주)은
일반 기계분야 설비 제조업체였던 원진실업(주)은 '예주너울'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예술성을 높인 넥타이와 스카프 등을 만들어내는 의류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회사 전시실에 비치된 제품을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구미 공단동 원진실업㈜ 2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각종 미술작품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고가구들과 독특한 도자기들 사이에 넥타이, 스카프 등 패션 제품들이 펼쳐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벽면의 미술 작품이 스카프와 넥타이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것.

원진실업 김석란 팀장은 "우리는 미술작품을 산업디자인으로 발전시켜 품격있고 고급스러운 제품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원진실업은 장비와 화학 등 제조설비에서 시작해 의류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는 예술작품을 디자인화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있다.

◆공학기업이 예술기업으로

2011년 원진실업은 처음 문을 열면서 '장비'를 만들었다. 디스플레이 식각(etching'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상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것) 공정을 하는 설비를 제작했다. 현재 정밀사업부로 불리고 있는 이 제조분야는 식각에 필요한 화학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회사 관계자는 "식각에 쓰이는 화학제품을 수입판매하면서 화학분야 사업부가 새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2013년 원진실업은 '어패럴' 사업부도 만들었다. 장보익 대표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그런데 섬유 도시라는 대구경북지역을 보면 변화가 느리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섬유, 어패럴에 도전해 신사업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어패럴 사업부의 갈 길을 '상업적인 디자인에서 진화한 예술성을 가미한 제품'으로 정했다. 섬유와 무관한 회사로서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보겠다는 것. 이 때문에 첫 도전하면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 팀장은 "대구에는 여러 섬유패션관련 연구기관이 많다"며 "다이텍연구원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등을 다니며 우리 제품이 가야 할 방향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원진실업은 현대미술을 제품화한 스카프와 넥타이를 만들기로 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원진실업은 제품의 콘셉트를 '소장할 가치를 가진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잡았다. 그만큼 꼼꼼함이 느껴지는 제조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예술작품을 의상화하기 때문에 원화의 색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디지털 프린팅 기술에 신경썼다"며 "게다가 스카프와 넥타이 모두 제봉틀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장인이 손으로 봉제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명품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현대미술적 색감에 전통문양을 결합한 컬렉션의 경우 올 5월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10일 만에 스카프가 완판되기도 했다.

◆품격있는 제품, 예주너울

원진실업은 의류 브랜드 '예주너울'을 출시했다. '예주'란 경북 영해의 옛 지명으로 '예의 바른 사람들이 사는 고을'이라는 뜻으로 품격 있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 예술적 의미를 더해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기업이념을 담고 있다. 또 '너울'은 파도가 바람에 의해 물결이 일듯이 예주너울의 제품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장 대표는 "예주너울은 상업적 디자인 및 대량생산을 무기로 한 기존 패션시장과 차별화해 미술작품의 예술성과 의미가 담긴 패션 소품을 개발하는 신규 브랜드다"며 "예술과 삶이 어우러진 한 차원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주너울의 첫 작품은 서양화가 이정걸 화백의 원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밖에도 계속적으로 예술작품과의 결합을 시도하기 위해 예주너울은 예술작품의 저작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미 예술작품 1천78점, 고가구 400여 점, 기타 소품 등이 회사 전시실 및 전시창고에 비치돼 있다.

앞으로 원진실업은 계속적으로 예주너울의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착용감과 활동성을 고려한 입체패턴 설계와 친환경 소재 개발, 예술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트렌드형 문양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모든 직원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스토리를 가진 디자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또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등과 함께 해외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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