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의 행동이 밉다가도 어느 순간 다가와 자신의 몸에 닿는 녀석들의 몽클한 감촉을 느낄 때면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우울한 순간이나 화가 났을 때, 혹은 약간 쓸쓸하거나 적막한 밤에 내 옆구리나 발아래서 보들거리는 털과 함께 따뜻하면서도 몽클대는 고양이의 몸이 느껴질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면서 고개를 돌려 고양이를 보며 안도하는 미소를 짓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때마다 내 마음을 알고 그러는 건지, 혹은 그냥 마침 그 자리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있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스럽다. 그래도 녀석들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체셔는 뭔가 듬직하고 묵직한 느낌의 포근함과 앨리샤의 복실거리고 말랑말랑하지만 굉장히 가벼운 몸을 쓰다듬고 있을 때면 정말이지 따뜻하고 부드럽다. 물론 체셔에겐 떡하니 손을 올려놓거나 기대도 될 것 같지만 앨리샤에겐 부서지지 않게 굉장히 조심하면서 손을 뻗곤 하지만 말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하면서 녀석들의 속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운 행동은 또 있다. 체구가 듬직할 만큼 크고 애교도 적어서 평소에 독립적인 성향일 것 같은 체셔는 밤엔 꼭 사람이 옆에서 잠을 청해야 만족하고, 오히려 가냘픈 체구에 평소에 사람 곁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애교도 많기에 사람 옆에 딱 붙어 있을 것만 같은 앨리샤는 잘 때만큼은 꼭 우리와 거리를 두고 자려고 한다. 그래서 체셔는 우리가 자려고 누워 있을 때면 머리맡에서 같은 베개를 베고 혹은 발 아래쪽 이불 위에 붙어서, 가끔은 옆구리 쪽에 누워서 우리와 함께 한잠을 청하는 것과 달리 앨리샤는 꼭 의자 위나 방석 위, 깔개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앨리샤는 내가 잠들기 전이나 막 잠에서 깨서 눈만 끔벅이고 있을 때면 어디선가 순식간에 달려와서 발라당 몸을 뒤집고 애교를 부리곤 한다. 고양이가 아닌 사람인 우리로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것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잠을 잘 때도 무의식 중에 손이나 발을 뻗었을 때 고양이의 감촉이 느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상하게도 손이 닿으면 녀석들은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몸을 쭉 내뻗는데 그럴 때 만져지는 배 안쪽 털은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마침 녀석들도 기분 좋다는 듯 갸르릉거리는 효과음까지 들려오면 금상첨화이다. 그순간만큼은 시간이 잠깐 멈춰버려도 좋을 정도로 모든 것이 평온하고, 마음엔 소소한 행복감이 찾아온다. 단지 손을 뻗어서 고양이를 만졌을 뿐인데 말이다. 잠버릇이 좋지 못해 가끔 자던 체셔가 내 발에 차이기도 하고 몸에 깔려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체셔는 조금 움찔거리고는 다시 가만히 잠이 든다. 속으론 '어휴 저 못 말리는 잠버릇 하고는' 하면서 투덜거렸을는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난 녀석의 생각을 들여다볼 순 없다.
고양이에 관련된 명언 중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을 가진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Cats pride themselves on their ability to do nothing)는 말이 있다. 하루 종일 어디선가 가만히 잠을 청하거나 하릴없지만 당당한 표정으로 어슬렁대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런 본래의 뜻과는 조금은 다른 나만의 해석이긴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동시에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바로 고양이 자신의 행동에 별다른 상황 판단이나 의미를 담지 않고 그냥 내키는 대로 움직인단 뜻이다. 물론 고양이가 생각 없이 했던 그 행동들에 사람이 위안받고 기분이 좋아지는 시점에서 이미 사람에겐 고양이의 그 사소한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큰 의미'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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