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저는 몇 해 전 이혼을 하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입니다.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막상 임대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키우자니 열악한 경제사정과 가정환경으로 힘들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정부지원을 받아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라도 생겨 다행이라 여겼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주택가로 이사를 하자고 조르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볼 때,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고 주눅이 들어 당당하게 그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슬퍼했습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우리 가족이 보기 싫고 아버지 없는 가정이란 소리도 듣기 싫다며 저와 얼굴을 대하지도 않네요.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만도 벅찬데, 아이의 투정 어떻게 할까요.
◇솔루션=홀어머니로서 어린 자녀들을 키우느라 마음의 애잔함과 고충이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아이들 입장에서는 하늘 밑에 믿고 따를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어머니뿐이고, 그런 마음으로라도 서로 도우며 살면 좋을 텐데 오히려 어머니의 힘을 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가려면 아이의 심리 특성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금 자녀의 불평은 이른 사춘기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당연한 비애와 분노라 보입니다. 자기의사와는 무관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생긴 물질적, 정서적 결핍이 아이의 교우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침은 더더욱 힘들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특히, 자의식이 발달된 아이일수록 주변 상황 속의 자기 모습을 보는 능력이 발달하지요. 주위가 안정되지 못하고 욕구충족이 안 되는 환경일 때 불편함과 불안을 느낄 줄 아는 것이 그 아이의 '자각'(自覺)의 능력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기감정에 대해 말할 줄 아는 아이는 더욱 건강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의 어려운 감정을 토해내는 아이는 결과적으로 양육자로 하여금 양육방법의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게 하는 재주가 있고 그로 인해 자신도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움과 분노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는 키우기 수월하고 아픈 마음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나, 후에 이러한 자녀들은 자존감이 낮아 결코 자기의 불안과 수치스러운 감정을 얘기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 형성되어 불행한 대인관계를 빚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귀하의 자녀가 자기의 감정을 토로한 것은 걱정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반가워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아이와 마주 앉아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그간 한부모 가정환경에서 아이가 느꼈던 마음의 수치심과 슬픔에 대해 충분히 쏟아놓게 하고 부모로서 충분히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세요. 지금 집안의 경제적 형편과 가족관계 구성 변화에 대해서도 아이도 이해할 수 있게 정직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당신은 아이들을 변함없이 사랑하며 돌봐줄 소중한 엄마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때론 부모도 자식에게 부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아프게 공격할 때가 아니라, 사랑하고 이해하여 힘을 모아 엄마를 도와야 하는 때이며 그것이 바로 자기를 돕는 것임을 알게 하는 따뜻한 호소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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