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으면 뺏긴다…기초수급 노인들 '자격 박탈 딜레마'

입력 2014-07-03 11:22:20

최저생계비 60만원 초과땐 2년 후 기초수급 혜택 전무

1일부터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최고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혜택을 누려야 할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은 '줬다 뺏어가는 무늬만 연금'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수급비에서 그만큼의 액수가 삭감되기 때문. 기초생활수급 노인 중 일부는 최대 20만원까지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을 신청할 경우,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기준인 최저생계비를 넘어서게 된다.

이럴 경우 전화 통화료 감면, TV수신료 면제, 전기요금 등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누렸던 기존의 7가지 혜택을 2년 뒤부터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신청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이고,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유지를 권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20만원의 기초연금 때문에 오히려 기존의 생활보호 혜택을 박탈당하는 사람이 안동 1천830명, 영양 506명 등 전국에서 40만 명에 이른다.

소득인정액이 50만원인 기초생활수급자 권영한(66'안동시 안막동) 씨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소득인정액이 70만원으로 늘어 2년 뒤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게 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1인 가구 기준 60만3천403원) 이하여야 수급자격이 주어진다. 부부 합산 소득인정액이 100만원인 김병현(69'안동시 용상동) 씨 부부의 경우 소득인정액은 2인 가구 최저생계비 103만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 부부가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소득 인정액이 116만원으로 올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이 박탈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복지공무원은 "가장 가난한 노인들인 기초생활수급자를 두고 중복지급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초연금 도입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생계급여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보충급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양군 주민생활지원과 김은정 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의 상담이 많다. 지금의 제도상으로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말 그대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기초생활수급 자격마저 빼앗을 수 없어서 차라리 기초연금을 포기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초연금 신청 안내를 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업무 가중 등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안동시 주민복지과 장은선 기초연금 담당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 개인마다 소득인정액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초연금 신청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행여 섣부른 판단으로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대상 노인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고, 기초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하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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