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최단기간 녹화 성공국이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시절, 황폐지 복구와 조림정책 덕분에 다랑논에 비만 오면 민둥산에서 흘러내렸던 토사 더미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으니, 당시 산림정책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근대화와 국가기반 초석을 다졌다.
경북도 산림면적은 134만㏊(국가산림 630만㏊의 약 21%)로 산림웅도다. 특히 소나무 숲은 대략 도 전체의 30%를 차지하는데,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단순한 소나무가 아닌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주말이면 산을 찾는다. 숲에서 휴양을 즐기며 건강한 삶을 숲속에서 찾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처럼 우리가 이용하는 잘 가꾸어진 산림자원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벌채 금지와 사방사업, 산불계도, 나무심기 권장 등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얻어진 값진 결실이다. 이처럼 산과 숲의 가치가 국민 삶의 질과 연결되면서 숲을 보호하고 지켜야 된다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상기온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신음하는 소나무 살리기를 위해 경북도에서만 연인원 6만 명이 동원돼 고사목 31만 본을 제거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나타난 소나무재선충병은 제주도, 경남을 거쳐 2001년 경북 구미에서 발견된 이래, 현재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포항'경주 등 12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방제작업은 전쟁과 같다. 앞으로 헬기를 이용한 항공방제와 새로 생기는 고사목을 찾는 일이 남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숲을 만들어야 산림이 병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의 65%인 산림에 대한 숲 가꾸기 사업은 숲 관리뿐 아니라 국토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빽빽하고 울창한 산림을 우량한 숲으로 잘 가꾸어 주면 산불방지는 물론, 소나무재선충도 사전에 막을 수 있어 건강한 숲을 만들게 된다.
현재 숲 가꾸기는 국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합심하여 전개되고 있지만 사업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452천㏊의 숲 가꾸기 사업을 실행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사업을 늘려 숲의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활기차고 건강한 숲을 만들어 재선충병에 강한 산림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번 소나무 위기를 계기로 그간의 소나무재선충병의 물리적인 방제 노력도 중요하지만, 친환경적이고 숲의 건강성을 키워주는 숲 가꾸기 운동을 널리 펴야 한다. 이 운동에는 중앙정부, 지자체,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산주들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숲 가꾸기뿐 아니라, 소나무 지키기'산림치유'산림생태관광 등 활력적인 민간단체(NGO) 결성에 산주들이 다각도로 참여해 주도적으로 나설 때이다. 모든 것은 산주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다른 나무로 바꿔 심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소나무는 예로부터 궁궐 및 전통건축용 목재, 한약재,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송이생산 등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수종이다. 특히 치유 효과는 편백나무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잘 보전된 울진 금강소나무 숲의 경우, 지난 2009년 조성된 이래 하루 80명씩 인원을 제한, 예약제로 운영해도 한 해 1만5천여 명의 탐방객이 다녀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치유명소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명소까지 관광객이 몰려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재선충병을 막아 소나무를 지키는 것은 장래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한국정신의 표상이며 혼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후손들에게 정기(精氣)와 희망을 물려주는 일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김종환/경북도 산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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