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제6기 대구시 체제가 새로 가동했다. 민선 제1기가 1995년 출범했으니 20년째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민선 정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새 민선 정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대학이나 언론, 연구기관의 합리적인 평가와 진단이 있기를 바란다.
관선시대 매일신문사에 입사한 기자는 민선시대 20년을 직'간접적으로 고스란히 지켜봤다. 어떤 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출입기자로 깊이 있게 그곳을 들여다봤다. 상당 부분은 수박 겉핥기식이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 시정 구석을 짚어볼 수 있었다.
체육 부문을 한 번 들여다보자. 누구를 위한 체육정책을 펴왔는가. 시민의 행복 즉 시민의 욕구 충족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니었다. 오랜 기간 지켜본 대구시의 체육 정책은 변화를 외면한 채 관행과 공무원 조직 유지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대구시가 체육 분야 최대 치적으로 꼽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이미 뻥튀기로 드러난 대구경북연구원의 연구용역을 통해 대회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홍보했다. 대학에선 세미나 등으로 이를 부채질했고, 언론은 검증 없이 이를 지역민에게 알렸다. 되짚어보면 2007년 케냐 몸바사에서 유치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10년 대구시장 선거의 대표적인 치적용이었다. '세계 3대 스포츠 잔치'로 포장된 이 대회는 시민(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였다. 물론 대회 유치'개최에 어려움이 많았고, 이 대회가 대구시민들을 하나로 엮는 한편 대구 국제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로 육상에 집중하면서 대구 체육의 근간이 흔들렸다. 종목별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장 하나 짓지 못하면서 체육 인프라 구축에 실패했다. 건설과 고용 등 경제 창출 효과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다. 한정된 체육 예산을 한곳에 집중하다 보니 무엇보다 시민과 직결하는 생활체육 시설과 프로그램 마련에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남긴 유산이다. 대구국제육상대회는 이미 없어졌지만 대구국제마라톤대회와 대구육상진흥센터, 대구스타디움이 '돈 먹는 하마'로 남아 있다. 국제마라톤대회 개최와 육상진흥센터, 대구스타디움 운영비(공무원 인건비 포함)는 적게 잡아도 매년 100억 원 이상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구 체육계는 새 민선 정부에 '탈 육상'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외면하고, 대한육상경기연맹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육상 발전을 대구시가 왜 떠안아야 하는가를 지적한 것이다. 허울뿐인 국제육상도시란 명성에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이는 대구시 체육 정책의 무모함을 지적하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얼마 전 대구 체육인들이 마련한 대구 체육 발전 정책 세미나 때다. 이를 지켜본 지역 한 대학교수는 "이런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근본적으로 체육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라며 "체육 문외한인 공무원이, 그것도 1년 단위로 바뀌는 공무원이 체육 정책 추진을 틀어쥐는 한 올바른 발전 방안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교수는 "대구 체육 중장기발전 방안의 연구 용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반영된 게 없다"고 했다.
체육은 사회 구성 분야 중 가장 덜 민감한 곳이다. 체육이 이런 실정인데 대구시민을 먹여 살리고 자긍심을 높여야 할 경제, 사회, 문화 분야는 어떠할까? 여기서 분야마다 모두 들춰낼 수는 없지만, 일부 학자들은 대구가 국내 제4의 도시로 밀려난 이유를 1995년 시 영역을 확장하면서 경산시나 칠곡군 대신 달성군을 편입한 것을 지적한다. 대구의 발전 축을 낙동강 중심으로 설정하고, 달성 위천국가공단 유치에 사활을 걸었으나 부산경남지역과의 힘 싸움에서 밀리면서 대구가 10년 이상의 세월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대구가 회생하려면 창조와 혁신으론 부족하다. 어쩌면 혁명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 추진력이 필요하다. 1일 취임한 권영진 시장이 혈연, 학연, 지연으로 꽁꽁 묶여 있는 대구의 기득권층을 끌어안고 어떻게 혁신을 이뤄내고 대구를 회생시킬 것인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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