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겸직 금지'가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겸직 금지 관련 최종 검토보고서'가 지난달 30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보고됐으나 정 의장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입법권을 자신들의 이익 보전을 위해 악용하는 입법 폭력에 다름 아니다.
정 의장이 보고서를 거부한 이유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 "윤리심사자문위와는 별개로, 지난 4월 국회운영위에서 '국회의원 겸직에 관한 규칙'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이를 참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영리와 관련된 직(職)을 겸임한 소수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의원의 겸직이 허용된다. 반면 윤리심사위의 최종 의견은 각종 단체의 직을 동시에 가진 100여 명의 현역 의원 중 40여 명의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결국 정 의장의 '거부'는 외부 전문가들이 제시한 엄격한 겸직금지안 대신 국회의원들이 만든 느슨하기 짝이 없는 '셀프개혁안'으로 겸직을 금지하는 척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반개혁은 지난 4월 29일 국회 운영위가 '셀프개혁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예견됐다. 윤리심사위가 엄격한 기준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자 국회 운영위는 예정에도 없던 전체회의를 열어 10분 만에 국회의원들이 만든 겸직금지규칙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는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켜진 것은 의원연금 폐지, 국회 폭력 처벌 강화뿐이다. 세비 30% 삭감은 물론 불체포 특권 및 면책특권 폐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법외'(法外) 정치자금의 합법적 수금 관행도 그대로다. 올 초 여야 대표들은 출판기념회 금지와 비용'수익 신고 의무화를 약속했지만 출판기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민을 무시해도 정도 문제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의 '수구(守舊) 국회'를 견제하기 위한 '제2의 국회'라도 만들고 싶은 것이 국민의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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