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

입력 2014-07-01 11:06:58

30일 오후 3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 인근에서 불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그랜드호텔에서 남쪽으로 120여m 떨어진 가전제품 매장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큰불은 아니었지만, 폐자재와 차량이 타면서 연기가 많이 났다. 이를 제일 먼저 알린 사람은 목격자들로 그랜드호텔을 배경으로 연기가 나는 모습을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인터넷 언론의 태도다.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는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제목은 하나같이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였고, 이 낱말은 곧장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그러나 기사의 형식과 내용을 종합하면, 현장을 확인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거의 '전해졌다' '알려졌다'라는 식이었고, 근거는 목격자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실린 사진과 글, 그리고 댓글이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팩트였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은 전혀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멋대로 덧붙였다. 불이 났을 때 가장 기본인 소방서에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알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아 '주민 긴급 대피' '상가폭발' 등으로 과장했다. 심지어 최근 일어난 고양 버스터미널과 서울 청량리역 화재와 연계하거나, 마침 30일이 1999년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가 일어난 날임을 빗대 마치 호텔에서 불이 나 엄청난 사고로 번질뻔한 것으로 보도했다.

사실, 연기는 많이 났지만 주차장에서 발생해 10분 만에 끈 불은 대형 사건이 많은 요즘에는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 현장을 가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불이 난 곳은 그랜드호텔과는 꽤 떨어져 있는데다 중간에 편의점과 소방도로까지 있어 실제 그랜드호텔과는 무관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인터넷에서 '대구 그랜드호텔 화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 낱말을 검색하면 수십 건의 기사가 수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다.

속보 경쟁을 하고, 기사의 히팅 수를 늘리려고 낚시성 제목을 다는 인터넷 언론(오랜 역사의 종이 신문 인터넷판까지 포함해)의 행태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기사는 사실 확인에 바탕한 정확성이 기본이고, 사실은 드러났지만, 확인이 힘들다면 단순한 사실 전달의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하기야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비단 여기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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