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의 날' 경찰 강력팀서 맹활약 이수민·박수정 경장

입력 2014-07-01 10:12:43

190cm 거구도 쇠고랑 채운 '여성 투캅스'

7월 1일은 여경의 날. 대구 수성경찰서 강력팀 형사인 박수정(왼쪽)
7월 1일은 여경의 날. 대구 수성경찰서 강력팀 형사인 박수정(왼쪽)'이수민 경장이 파이팅 하자며 손을 잡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경찰공무원 조직에서도 '여성 파워'는 눈부시다. 경찰 총인원 대비 여성 경찰관 비율은 2005년 4.3%에서 올해 5월 말 8%까지 높아졌다. 한때 '금녀의 벽'이었던 경찰에서 여경을 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경찰조직에서 강력팀은 여전히 금녀의 벽이 있다. 이런 장벽에 아랑곳없이 강력팀에 도전장을 내민 여경들이 있다. 대구에서는 수성경찰서 이수민(30) 경장과 박수정(26) 경장, 달서경찰서 김미진 경장 등 3명의 당찬 여성들이다. 교육 중인 김 경장을 제외하고 2명의 강력팀 여성 형사를 만났다. 이들이 느끼는 여경의 날(7월 1일)은 남달랐다.

이 경장과 박 경장은 동료로부터 '꽃보다 아름다운 여성 투캅스'로 불린다. 남자들만 있던 강력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처음에 '여성'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남성 형사들조차 애살있게 근무하는 이들의 모습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들은 남성 선배 형사들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당직을 설 때도 다른 남성 형사들처럼 의자에 기대 새우잠을 잔다.

이들은 올 2월부터 수성경찰서에 배치돼 강력사건을 맡고 있다. "강력팀 형사는 사건을 조사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잖아요. 혹시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도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니까 매력 있어요. 그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이들이 처음 강력팀에 지원했을 때 주위의 걱정도 있었다. 특히 이 경장은 결혼한 몸이라 더욱 그랬다. "서울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는 남편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죠. 하지만 업무가 바빠 잘 못 보고 못 챙겨줘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항상 미안해요."

현장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도 쏟아냈다. 이 경장은 지난 5월 말쯤 절도 피의자를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절도 피의자의 여자친구가 거주하는 원룸에 찾아가 아래층에서 사는 사람으로 속이고 여자친구 집으로 들어가 피의자를 잡았다. 보통 남자 형사가 가면 문을 잘 열어주지 않아 자신이 나선 것이다. 박 경장은 휴대폰털이범을 붙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범인들이 자주 나타나는 구역에 4, 5시간 잠복근무하다 정보를 하나 얻었어요. 주차장을 수색하다 우연히 피의자들이 타는 차량을 발견해 쇠고랑을 채웠죠. 당시 피의자 중에는 190㎝의 거구도 있어 겁은 좀 났지만 과감히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여형사로 활동하면서 자존심 상하거나 억울할 때도 적잖다. 이 경장은 "한 때는 절도 피의자를 조사하는데 여형사에게는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기분이 나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박 경장은 "'상대편에게 돈 받은 게 아니냐', '세금으로 헛짓한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서럽고, 남모르게 눈물을 훔친 적도 더러 있다"고 했다.

이들은 강력팀에서 여형사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점차 여성 범죄가 느는데다 여성 피의자 경우 여형사가 있으면 조사과정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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