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사정이 나아졌겠지만, 30년 전의 군부대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구타와 기합, 인격모독은 일상 다반사였고 내무반 생활도 고달팠다. 김장용 배추와 무가 부대에 도착하면, 간부들이 병사들을 시켜 자기 집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병들의 식판에 돌아오는 김치는 깍두기 서너 점뿐이었다. 내가 근무한 부대에는 상수도 시설이 없었다. 병사들은 수백m 떨어진 계곡을 매일 저녁 오가면서 물을 길어 야간 점호 개시 전까지 수조 탱크를 채워야 했다. 병사 개인에게 지급된 화기가 M-16 소총이라는 점과 TV가 있는 점을 빼고 나면, 6'25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내무반으로 기억된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으로 꽃다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한 임모 병장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 병사들의 사진을 봤는데 녹슨 탄창이 눈에 들어왔다. 총기 난사 당시 GOP(일반전초) 병사들이 방탄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예산 때문이란다. 군 전체 대비 6% 정도만 방탄조끼를 보유하고 있으며 GOP대대의 보유율은 3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은 33조7천57억원이다. 국방예산 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군사대국이다. 해마다 국방비를 북한보다 40배씩 쓴다면서도 전투력에서는 북한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군이 책정한 복지 예산은 1천597억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사병들 몫으로 배정된 돈은 이 중 4.3%에 그쳤을 뿐 나머지 95.7%는 간부 몫이었다.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속칭 '군기'의 확보를 위해 사병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사생활을 억압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영 제도는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일본 제국주의 군대 문화의 잔재도 많이 남아 있다. 유독 사병들에게만 휴대전화와 같은 사제물품 소지를 금지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대표적인 군대 내 인권 억압이 야간 점호이다. 미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군대에서는 야간 점호 자체가 없다. 일과가 끝난 이후의 시간은 사생활 영역이라는 취지에서다. 우리나라의 징병제도는 사병들의 희생과 인권 억압을 바탕으로 지탱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참에 제안해본다. 사병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야간 점호부터 없애보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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