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의계약 남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개선해야

입력 2014-06-30 10:29:05

대기업의 수의계약 등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현대차 등 10대 재벌그룹의 수의계약 비중이 전체 기업 내부거래액의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의 시장참여 제한 등 문제점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계열사끼리 수의계약 등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이런 관행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경제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재벌 닷컴'이 국내 10대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 실태를 조사해보니 수의계약 등을 통한 2013년 내부거래액이 약 142조 원으로 전체 국내 기업 내부거래액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2012년의 88.4%(약 133조 7천억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SK(96.7%) 삼성(95.8%) 현대중공업(93.1%) 현대차(92.4%) 포스코(92.3%) 등의 수의계약 비중이 높았고, 현대차와 SK'LG'롯데'포스코'GS 등 6개 그룹의 수의계약 비중이 1년 전보다 높아졌다. 포스코의 수의계약 비중은 2012년 74.3%에서 지난해 92.3%로 1년 새 18%포인트나 올라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수의계약은 사업 발주자가 경쟁입찰이 아닌 임의로 거래 상대방을 정하는 방식이다.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할 경우 중소기업이 기술과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시장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 결국 작은 기업의 성장 기회가 차단되면서 재벌에 대한 경제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 등 기구를 신설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발전, 기회균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재벌그룹들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책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잘못된 경제 구조가 심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수의계약 남발 등 잘못된 관행을 엄하게 규제해야 한다. 말뿐인 동반성장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시장에 제한 없이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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