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거인에게 길을 묻다] 선진국 진입 결정할 2,3년…국가 개조 리더십 모델 제시하다

입력 2014-06-30 07:31:55

대한민국이 선진국 경제로 완벽하게 진입하는데 향후 2, 3년이 '골든타임(golden time·어떤 일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란 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비단 경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2, 3년 동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참담한 민낯과 부끄러운 현주소를 확인했다. 그와 함께 국민 모두가 이 나라를 환골탈태시키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 확립하고, 국가와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희, 이병철, 김수환에 대한 리더십을 천착한 '21세기 대한민국 세 거인에게 길을 묻다'는 이들이 보여줬던 행동과 정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잘한 것, 잘 못한 것을 뛰어 넘어 20세기 대한민국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세 거인을 통해 지금 이 시점, 이 나라에 가장 중요한 정신과 덕목이 무엇인가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그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대한민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작은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여겨 본다.

◆박정희 대통령…긍정과 부정 두 시각, 이젠 객관적 접근을

반세기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가 성취한 산업화와 민주화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1960, 70년대 일궈낸 산업화는 1980, 90년대 민주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렇게 꽃을 피운 민주화는 경제민주화로 이어졌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는 디딤돌의 하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계속 반목을 해서는 나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양 진영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멸시해서는 이 나라의 상생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연유에서 대한민국 산업화의 구심점으로 평가받는 박정희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시대를 무턱대고 미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깡그리 부정해서도 안 된다. 맹목적 추앙도 아닌, 일방적 매도도 아닌 객관적 관점에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을 발굴하고 미래를 위한 자산의 하나로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은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다. 박정희 리더십의 현대적 계승이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이병철 회장…자수성가 참 기업인, 그는 '독선'이 없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삶은 경영학 교과서 그 자체다. 그의 생산 및 재무'인사관리, 마케팅 역량은 최고 경영자(CEO)의 경영 관리 기법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 현장에서 최적의 효율을 낳을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였줬다. 그 결과물은 오늘의 삼성그룹, 그리고 신세계그룹'CJ그룹 등 범 삼성가로 불리는 기업집단이다.

호암은 1938년 3월, 대구에서 자신의 손으로 삼성상회 간판을 내건 뒤 세상을 뜨기까지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분초의 시간까지 아끼며 삼성을 세계 기업으로 키워냈다.

자수성가형 기업가의 특징으로 불리는 '독선'이 그의 경영노트엔 없었다. 자신의 욕심을 기업에 담아내지 않은 '참 기업인'이었던 것이다. 정치적 격변기를 겪었을 때 그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결행하지 않았다. 삼성의 생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판단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암은 삼성을 자신이 만들었지만, 삼성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삼성의 출발지점인 대구를 아꼈다. 대구의 인재를 키워야한다며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학(현재 대구대학이 아님)을 인수하기도 했다. 호암은 오늘의 대구를 보면 몹시 안타까워할지 모른다. 사람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호암은 대구에 묻고 싶을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김수환 추기경…물질적 풍요의 시대, 영성 리더십의 갈구

김수환 추기경의 리더십이 사회·정치·경제 일반의 리더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영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 경쟁구도 속에서 인류는 과학의 발달과 경제발전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획득했다. 그러나 '성장'과 '승리' '풍요'를 향해 달려오느라 정신은 피폐해졌고, 인류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잊어버렸다. 어떤 면에서는 '성장'과 '발전' '경쟁' 그 자체가 목표가 돼 버렸다. 그 결과 사랑, 배려, 낭만, 존경, 섬김 등 인류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리고 불신과 고독, 분열과 갈등, 파괴적인 행태로 인류 스스로를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류가 발전의 수단으로 택했던 것들이 인류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사랑을 일치시키려는 삶을 살았으며 투신과 순종, 비움, 가난, 겸손으로 상징되는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에 바탕을 둔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8년 은퇴하고 10년이 지난 2007년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중 50%의 지명을 받아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1위'에 선정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의 리더십'은 선종 이후 오히려 더욱 견고하게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가, 기업가 등 사회 일반의 리더십이 지도자의 사멸과 함께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과 비교할 때,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에 바탕을 둔 리더십'은 갈수록 견고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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