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브라질 쿠이아바를 떠나 2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에 새로운 결전지인 포르투 알레그리에 도착했다. 땅덩어리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큰 나라이다 보니 날씨 변화가 심했다. 쿠이아바가 생각보다 덥지 않았는데, 이곳은 우리의 가을 날씨였다. 대구를 떠나기 전 이미 현지 날씨 정보를 파악하고 여러 가지 옷을 준비한 덕분에 불편함은 없었다.
포르투 알레그리는 인구 150만 명의 유럽풍으로 잘 정돈된 항구 도시였다. 이곳에는 다음 날 오후 4시 열리는 한국과 알제리의 2차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팬들이 몰려왔다. 부산, 울산 등 국내 도시와 미국 뉴욕, 마이애미 등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로 구성된 우리 일행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꼬레아'를 외쳤다.
우리나라 경기에 앞서 열린 같은 조의 벨기에-러시아전을 TV중계로 지켜본 후 경기장인 베이라히우로 향했다. 관람석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관중이 많았다. 멀리서 보면 붉은색 옷을 입은 많은 관중이 '붉은 악마'처럼 보였으나 대부분이 브라질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을 입은 현지 축구팬이었다.
온 힘을 다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으나 이날 경기는 우리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어릴 때부터 축구 선수 생활을 하고 대구시축구협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했기에, 축구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결과에 참담했다. 어떻게 전반에만 3골을 먹을 수 있을까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이 먼 곳까지 한국의 승리를 응원하려고 찾아왔건만 솔직한 심정으로 빨리 경기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나마 후반전에 손흥민과 구자철이 골을 넣어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손흥민 선수를 통해 한국 축구의 희망도 봤다. 무엇보다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의 현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홍명보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태극전사들의 심정은 더 아플 것으로 여겨졌다. 이날 패배를 교훈 삼는다면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틀림없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차분히 들여다보면 스페인, 잉글랜드 등 우리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앞선 세계적인 축구 강호들도 2경기 만에 16강에서 탈락하지 않았는가. 우리에겐 아직 실낱같지만 16강 진출의 희망도 남아 있다. 축구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한국 축구의 열정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성열 대구시축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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