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엉터리 신용평가, 투자자 피해 키운 책임 엄히 물어야

입력 2014-06-19 10:44:20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 평가 업무를 맡는 대가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제멋대로 올려주다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적발된 신용평가사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 평가사들로 이른바 '신용등급 장사'를 한 혐의다. 이들 평가사들은 기업의 신용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야 할 의무와 윤리적 책임을 지고도 기업 입맛에 맞게 신용등급을 함부로 올려주다 적발됐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투자자가 그 기업의 재무상태나 경영 상황 등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공인된 지표인 동시에 투자의 기준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주식 투자는 물론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절대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에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투자할 무모한 투자자가 있을까. 하지만 기업어음 사기 판매로 물의를 일으킨 동양그룹 사태 등의 배경에는 신용평가사들의 잘못도 크다. 신용등급을 제대로 평가하고 반영해 투자 적합성 여부 등 기준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의 '일감과 신용등급 맞바꾸기' 적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지만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진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이런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신용 평가 업무를 받는 조건으로 기업에 유리하게 등급을 올려주거나 기업의 요구대로 등급 조정 시기를 맞추는 등 그동안 석연찮은 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 3대 신용 평가사가 A등급 이상의 높은 등급을 준 기업이 지난해 기준으로 77%를 넘는다니 신용평가가 얼마나 부실하고 엉터리인지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평가사들의 비리 사실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고 내달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어느 수준의 처벌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충 경고하는 차원이나 영업정지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신용등급을 조작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힌 신용평가사들은 기필코 문을 닫게 하는 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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