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닮아 날렵하고 역동적 외형…후 측방·추돌방지 경보 '안전' 강화
K9이 위축됐던 기아자동차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있다. 올초 출시된 2014년형 K9은 국내 판매량이 늘면서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287여 대가 팔리던 K9이 2014년형 출시 후 1월 560대, 2월 657대, 3월 689대가 판매되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오토트레이더닷컴이 선정한 올해 '반드시 타봐야 할 차'에 선정됐다. 기아차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첫 번째다. 2012년 5월 오피러스 후속으로 처음 선보인 K9과 지난해 내놓은 2013년형에 이은 두 번째 연식변경 모델이다. 2014년형 K9이 삼수 끝에 도전한 기아차의 자존심을 얼마나 세워줄 수 있을지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중형차의 품격, 외강 내유
호랑이를 닮았다. 차량 전면에 배치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것처럼 거칠고 위엄이 있다. 포지션등과 방향 지시등은 호랑이 눈처럼 툭 튀어나왔다. 모두 LED소재로 바뀐 덕분에 달밤의 고양이 눈처럼 형형하다. 옆모습은 더욱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다소 공격적인 외양과 달리 실내는 고급스럽고 순하다. 의자는 가죽으로 둘러 쌓였다. 우드와 크롬이 적절히 배치되어 고급스러움을 더욱 높였다. 차에 오르자 소프트 클로징 장치가 덜 닫힌 문을 스스로 닫히게 했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메모리 된 시트와 사이드미러, 휠 스티어링이 자리를 잡는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컬러 계기판이 화려하다. 시동을 걸 때 외에는 엔진이 움직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승차감은 기존 BMW, 벤츠, 아우디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스티어링 휠에는 손가락으로 돌려서 주행성능 및 정보를 설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넓고 안락한 시트와 무릎공간 등도 마찬가지다. 뒷좌석에 옵션으로 적용된 듀얼 모니터 덕에 탑승자들이 편안하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최첨단 기능이 차량 내외에서 작동되는 모든 버튼의 기능은 자동이다.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필요함을 느끼기도 전에 수많은 장치가 주행을 돕는다.
영화 속에 나올법한 최첨단 장치가 신기할 정도다. 출발 때나 후진 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화면을 보여주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화면을 통해 속도계, 내비게이션 진행방향표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후 측방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제한속도 등을 한눈에 알려준다. 특히 내비게이션 및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멀과 에코, 스포트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요즘 대세인 안전주행에 특히 신경을 섰다. 후 측방 경보시스템은 횡 방향 장애물을 감지해준다. 추돌방지 경보시스템과 차선 이탈 시 시트가 진동하는 시스템은 경이롭다.
◆편안하고 포근
'부릉' 시동을 켜자 정숙한 엔진 소리와 함께 차량이 부드럽게 나간다. '미끄러지듯 나아간다'는 말이 제격이다. 에어 서스펜션의 움직임뿐만이 아니라 현대차가 개발한 후륜구동 기반의 8단 자동변속기의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이 하체를 조절하기 때문이다는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컨트롤이 필요할 땐 어김없이 차체를 잡아준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으로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바꿀 수도 있다. 에코(ECO)와 노멀(Normal) 모드에선 하체 움직임이 말랑말랑하지만 스포트(Sport) 모드에선 속도계와 엔진회전계가 디지털 수치로 변경되더니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예민해지고, 서스펜션 압력과 휠 스티어링 움직임이 단단해졌다.
시속 100㎞/h까지는 불과 몇 초밖에 안 걸린다. 고속주행에서도 정숙함과 힘이 유지된다. 코너링에서도 쏠림현상이 없다. 낮게 깔려서 달리는 느낌이 그대로다. 노면이 많이 고르지 않은 길에선 버튼 하나로 차체를 높일 수도 있었다. 엔진반응도 빨랐다. 한없이 부드럽게 달리다가도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면 엔진회전은 변속을 이어가며 파워풀하면서도 매끄럽게 밀어붙였다. 엔진소음도 철저하게 차단됐지만 노면소음과 풍절음 유입도 세심하게 막아냈다. '드르륵' 차선을 이탈하자 시트 좌우 측 허벅지에 강한 진동과 경고음이 울린다. 졸음운전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연비는 어떨까. 정체가 심한 시내와 고속주행, 공회전 등 평상시 주행환경으로 100여㎞를 달린 후 평균연비는 리터당 7㎞를 기록했다. 연비 운전을 하면 어떤 수치를 기록할까 궁금했다. 대구도심을 벗어나 청도까지 시속 70㎞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하고 50여㎞ 달렸다.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5.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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