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문창극… 보수색 짙은 칼럼 쓴 언론인

입력 2014-06-11 11:31:31

野 "극우시대 여는 신호" 반대

'깜짝인사'였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10일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 직전까지도 하마평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을 정도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사였다. 기자출신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고 공직 개혁과 국가개조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총리 카드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발표 전날까지도 총리 후보자에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보수성향이 강한 문 후보자로 낙점되면서 야당은 "극우 꼴통 시대를 여는 신호탄"(박지원 의원)이라고 우려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지금껏 써 온 칼럼이 야당을 비판하는 등 강한 보수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9년 병상에 누워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확인되지 않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문제 삼아 국민장에 반대하는 등 거친 비판을 퍼부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또 문 후보자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박근혜 현상'이라는 칼럼을 통해 "신의를 지키기 위해 잘못된 공약을 쫓아가기보다는 그것을 포기할 줄도 아는 것이 더 용기있는 일"이라며 백지화를 용기있는 일로 추켜세우면서 "그가 행정수도를 고수한 것이나 영남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지역이기주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썼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한 것이다.

총리 후보자로 변신한 그가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부권 신공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해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이 총리직을 고사하거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자 청문회 통과를 고려한 지역 안배 차원의 선택이라는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 밖에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을 모두 야당에 내주고 완패함에 따라 충청권을 의식한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문 후보자의 고향은 충북 청주다. 충북 출신이 총리에 지명된 것도 문 후보자가 처음이다.

향후 국회 청문회 통과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야당에서 비토할 기세를 보인다. 문 후보자가 과거 보수성향이 강한 칼럼을 쓰면서 야당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데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를 지내는 등 이 재단이사장을 맡은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인연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어 이번 주 중 후속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동시에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미 중폭 이상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위한 인사 검증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해 뒀다는 후문도 들린다. 절차상으로는 총리 후보자가 국회인준 절차를 마치고 각료제청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국정 공백을 고려, 문 후보자와의 협의를 거쳐 정홍원 총리가 권한을 행사하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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