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든 아니든, 대구는 분명히 무언가로 꿈틀거렸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얼굴을 보았고,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둘러본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 잡지 편집장으로서,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청년으로서 그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편집장으로서 대구지역 대학생의 감춰진 모습과 끼를 보았습니다. 다른 지역에 없던 시도를 하고, 주눅 들지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언제나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받곤 했습니다.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꿋꿋이 자기 역할을 지켜나가는 어른들도 보았습니다. 아무도 조명을 비추지 않을지라도 그분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넓혀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혹 젊은이의 눈에는 딱딱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신념을 지니고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단단한 자부심과 진득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대구는 안 된다, 부족하다.'비관과 무관심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래서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얼굴들을 보지 않고 또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 또 '지역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기에 지역은 안 된다'는 악순환의 고리에 좌절한다면, 결과적으로 이곳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믿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자, 원동력일 것입니다.
'대구', 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대구에 사는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큰소리로 시작을 외치지 않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 인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의 저력은, 결국 '사람'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부분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또 이 땅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애정과 진심. 공동체와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 다른 어떤 것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생각들. 분명히 그것은 이 땅에 살아있습니다. 상황이 아닌 사람에 대한 믿음, 그 긍정의 믿음은 한번 다짐한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마음을 우리가 서로 아껴주고, 응원해주며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또래 누구보다도 폭넓고 다양하게 사람을 만나며 대구를 누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땅이 저에게 준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이 선물을 이 지면을 통해 잘 풀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이 공간이 그래서 더 귀중했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저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 제가 만났던 사람을 상상하며 매번 글을 적었습니다. 매달의 이 글은 적어도 그분들에게 드리는 편지이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솔직하고 싶었고, 따뜻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대구'라는 지역에 대한 응원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저의 글이 참 부끄럽습니다. 그런 의무를 졌던 사람이 부족한 저였다니, 영광스러우면서도 매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청춘'이란 이름으로, 제 사적인 고민과 이야기를 두서없이 털어놓은 것은 아닌지, 항상 마음 졸였습니다. 이제는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의미보다 청춘으로서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그간 저의 소임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저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전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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