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오케스트라 속 이야기
생활여건이 좋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연주회장을 드나드는 횟수가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연주를 듣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음악계의 진단이다. 이제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악기마다의 음색과 생김새에서부터, 좌석 배치 등등 '저건 왜 저럴까?'라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음악이란 그냥 느끼고 마음으로 즐기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감상에 빠져들지만, 객석에 앉아있다 보면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만 알고 봐도 더욱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공연.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을 통해 연주회장에서 알려주지 않는 오케스트라의 비밀을 알아보자.
◆그랜드 피아노 뚜껑, 폼이야?
연주회장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그랜드 피아노 뚜껑을 열어두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닫기도 한다. 한 공연 안에서도 열어놓을 때가 있고, 높이를 낮출 때도 있다. 열어두면 그랜드 피아노의 화려한 라인이 드러나 한결 더 예뻐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냥 폼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랜드 피아노 뚜껑은 크게 2번 정도 열린다고 보면 되는데 30도 정도 위로 올리는 장치가 있고, 다시 70도까지 더 높이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대구시향 독고미 피아노 단원은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은 여는 각도에 따라 음량이 커지거나 작아지는데 각도가 클수록 소리가 퍼져 나가는 폭도 넓어져서 소리가 커진다"며 "게다가 피아노 앞에 앉은 채 지휘자를 보기 위해서라도 뚜껑을 열어두고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하피스트, 우아해 보인다고요? 천만의 말씀!
우아한 자태로 현을 뜯는 악기 하프. 하지만 하프의 현은 피아노로 치면 검은 건반 없이 흰 건반만 나열된 온음계 배열이다. 그럼 하프에서 반음은 어떻게 연주할까? 하프에서 반음 연주는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한다. 그래서 마치 겉으로 보면 유유히 물 위를 노니는 것처럼 보여도 물속에서 쉴 새 없이 발질을 해대는 백조와도 같다. 대구시향 김나영 하프 차석은 "객석에서 보기엔 우아하게 손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발을 쉴 새 없이 기술적으로 움직여 7개의 페발을 밟아줘야 한다"고 했다. 또 자세히 보면 하프 현은 색깔이 다른데 C음은 붉은 색 현, F음은 푸른 색 현을 사용해 현의 색깔로 음정 구분이 가능하다.
◆심포니와 필하모닉 뭐가 다를까?
사실 현대에 오면서 오케스트라 명칭은 필하모닉이든 심포니든 별 차이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엄연히 구분돼 사용됐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심포니는 기관과 같은 특정 단체가 설립'운영했고, 필하모닉은 개개인의 후원을 모아 설립한 오케스트라에 명명했다는 설이다. 어원상으로 '심포니'(symphony)는 '함께 내는 소리'라는 의미, '필하모닉'(philharmonic)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대구시향 오상국 사무장은 "오늘날에는 이름에 상관없이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한다는 점에서 차이 없이 쓰이고 있다. 일례로 모두 지자체에서 설립한 오케스트라지만 부천시립교향악단의 경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공식 영문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경우에는 대구심포니오케스트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 편성과 배치
큰 규모의 교향악단은 일반적으로 100여 명의 연주자로 구성되고, 악기들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제1군 현악기군, 제2군 목관악기군, 제3군 금관악기군, 제4군 타악기군으로 순서대로 배치된다. 이런 배치는 사운드의 밸런스를 고려한 나머지 찾아낸 결실이다. 하지만 교향악단의 규모가 다양해짐에 따라 악기 배치는 지휘자의 성향이나 연주회의 성격, 공연장의 음향, 연주곡목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현악기군의 배치를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는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 순으로 놓이는 '미국식 배치'가 대세다. 이것은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혹 외국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서는 조금 특이한 악기 배치를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제1바이올린-첼로-비올라-제2바이올린' 순서의 '독일식 배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활의 움직임
현악기 연주자들은 활과 줄을 마찰시켜 늘 하나의 소리를 내야 하는데 여기서 우선적으로 통일해야 하는 것이 보잉(Bowing'운궁법)이다. 올림 활(Up Bow)과 내림 활(Down Bow)을 어떻게 쓰느냐와, 활의 위치와 길이, 그리고 주법에 따라서 음악의 소리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보잉을 '현악기의 영혼'이라 일컫기도 한다. 엄세희 제1바이올린 수석은 "연주곡이 정해지면 제1바이올린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악장이 미리 보잉을 체크하고, 앉은 순서대로 각 주자들에게 차례로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보잉을 통일하게 된다. 또 연습 중에 활의 속도 및 길이를 위와 같은 순서대로 악장과 수석의 리드에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에서 보잉을 처음 통일시킨 것은 17세기 바로크시대였는데, 프랑스의 륄리라는 작곡가가 '젊은 바이올린 연주자들'이라는 자신의 악단에 최초로 전원이 단복을 입고 활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대단한 호평을 받으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잉글리시 호른, 영국에서 온 호른이 아니랍니다.
잉글리시 호른은 이름만 듣고 호른의 일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오보에족 악기로 테너 음역을 담당한다. 실제 이 악기는 영국에 기원을 둔 것도 아니고, 호른족에 속하지도 않는다. 잉글리시 호른은 1720년경 오보에 다 카치아(oboe da caccia)의 몸체에 알뿌리 모양의 부푼 벨(bell)을 달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이 모양이 중세 종교 상상화에 나오는 천사의 악기와 닮았다고 생각한 독일 사람들이 '천사의 호른'(engellisch Horn)이란 이름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대구시향 김광조 오보에 단원은 "그런데 당시 독일어 engellisch는 지역에 따라 '영국의'라는 뜻도 갖고 있었고, 결국 'engellisch Horn'은 '천사의 호른'이 아닌 '영국의 호른'으로 그 의미가 바뀌게 된 것"이라고 연유를 설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