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선거가 끝났다고 뭐가 달라질까

입력 2014-06-05 11:36:10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전국의 17개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선출되고, 226명에 이르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당선되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미증유의 참사 후폭풍 속에 치른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여야 모두를 질타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경고와 함께 국가 개조의 여지를 남겨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개혁의 견인력을 잃지는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은 총리 인선과 개각을 통해 국정 운영을 일신해야 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고, 각 자치단체장들은 민심에 부응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이 모두가 유능한 인재를 잘 가려내어 적재적소에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 국정의 기틀을 새로 다잡아야 할 이 즈음 국가 지도자와 당선자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 있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당(唐) 태종 이세민의 정치 철학과 군주의 도리 및 인재 등용의 지침 등을 기록한 책이다. 정관정요가 1천3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리며 스테디셀러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 위징(魏徵)의 등용이다.

위징은 원래 이세민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세민이 태자인 형 이건성과 목숨을 건 패권싸움을 벌일 때 형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이세민 사전 제거를 주장한 위인이다. 그러나 등극한 이세민은 위징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전격 기용한 것은 물론 거리낌없는 직언을 허용했다. 위징은 굽힐 줄 모르는 직언을 계속했고, 당 태종은 그 충언을 받아들였기에 '정관의 치'란 태평성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피아'의 적폐를 척결하고 국정을 일대 쇄신하기 위한 역사적 소임을 맡길 '책임 총리','소신 총리'를 물색하고 있는 대통령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목민관(牧民官) 즉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저서이다.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상과 정치현실을 민생 문제 및 수령의 본분과 결부시켜 소상하게 밝힌 경험적 명저이다.

그 중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사안은 목민관과 아전과의 관계이다. 왕명을 받든 지방 수령이 부임해서 소임을 다하고 떠날 때까지 명심해야 할 사항들이 오늘날 민선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같을 수는 없다. 또 조선시대의 아전을 현재의 직업공무원과 같은 차원에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전과의 관계는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료조직의 병폐와 맞닿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목민심서는 수령의 지시와 조처가 아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행될 수 없지만, 그 아전들이 선정을 베풀려는 수령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한다. 다산은 아전이란 나그네처럼 머물다 가는 수령을 요리하는 데는 이골이 난 집단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고질적이고 보편적인 아전의 농간 사례를 수없이 기록하며 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물론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각계각층에서 관피아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 우리 공직사회와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줄 서기와 정치꾼의 협잡 등이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관료사회의 부패와 무사안일이 악덕 기업과 연계되어 참사를 유발하고도 대응과 대책에서마저 우왕좌왕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200년 전 목민심서를 쓴 다산에게 어떤 항변을 할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국가와 지역사회의 운명을 주재하는 통치자와 목민관의 잘못된 처세는 국리민복에 커다란 재앙을 초래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왜곡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월호 참사라는 역사적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눈물로 사과하면서 제2의 건국에 버금가는 국가 개조를 천명한 마당에 여야가 어디 있고 이편저편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국민은 말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뭐가 달라지나!""개각을 한다고 관피아가 없어질까?" 거울에 비춰보면 의관이 바른지를 알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의 이치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잘못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즈음에 대통령과 목민관은 정관정요와 목민심서를 거울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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