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4분에 비상구 닫아, 상인들 150명 뒷 정리 중…경보기 울려도 갇힌셈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종합상가가 외부인 출입통제 등 보안에 치중하느라 상인들 안전은 뒷전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50분쯤 A(49) 씨는 서문시장 2지구 지하 1층에서 일을 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려 작업장 밖으로 뛰쳐나왔으나 비상구가 잠겨 있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했으나 다행히 경보기가 오작동이었다.
2지구 종합상가 시설관리자에 따르면 이 건물의 전체 경비 인력 4명이 잠가야 하는 출입문은 60개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관리인은 서둘러 일부 출입문을 잠가버린다. 하지만 이 때문에 화재 등 비상시에 비상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이날 2지구 종합상가 지하 1층엔 식당과 재봉가게에 상인과 손님 150여 명이 있었다. 더욱이 경보기가 울린 시간, 방재실에는 직원이 2명이 있었지만 대피를 지시하는 방송이 없었다. 놀란 일부 상인과 손님들이 지하 1층 방재실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1명은 저녁식사 중이었고, 다른 1명은 화장실에 있었다.
경보음이 울리고 25분이 지나서야 방재실 직원 중 1명이 식당가에서 식기 소독을 하려고 끓인 물의 수증기 때문에 경보기가 울린 것을 확인하고 오작동임을 상인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오작동 사실을 알기까지 150여 명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A씨는 "건물 폐점시간이 오후 7시고, 상당수 재봉가게 주인이 보통 오후 7시 30분까지 일하는데 건물관리 편의상 비상구를 일찍 잠그는 바람에 진짜 불이 났다면 탈출로를 찾지 못해 큰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나은(43) 씨도 "비상구로 향했지만 잠겨 있어 유도등을 따라갔다. 만약 유도등이 가리키는 비상구 쪽에서 불이 났다면 다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2지구 종합상가 시설관리담당자는 "보안 때문에 항상 출입문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모든 문을 잠근 게 아니라 중앙 비상계단과 일부 출입구는 열려 있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도 작동하고 있었고, 유도등을 따라가면 밖으로 나오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소방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상구 표시가 있는 문은 항상 개방돼 있어야 한다.
경일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등 비상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비상구로 향하게 돼 있는데 문이 잠겨 있다면 당황할 수 있고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은 2005년 12월 29일 불이 나 완전 진화에만 사흘이 걸렸고, 상가 건물 전체가 잿더미가 돼 상인 1천여 명이 점포를 잃는 등 1천여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