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현들은 사람을 볼 때 '오시'(五視)를 중시했다고 한다. 오시란 다섯 가지를 살핀다는 뜻이다. 그 사람이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인물을 천거하는지, 부유할 때 어떤 사람들에게 베푸는지, 가난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미천할 때 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중 가장 힘든 것은 사람을 천거하는 일이라고 했다.
인물을 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진 요즘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관찰할 사람이 많아서 탈이지 사정이 다르다고 외면할 이유는 없다. 인성과 덕행, 재물관, 포용력 등 한 인물을 평가하는 관점이 180도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맥락은 같다. 친구를 사귈 때도 이런 관찰법이 유효한데 하물며 인재를 뽑거나 천거할 때는 보다 엄밀한 눈과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평가법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좌우할 큰 변수가 SNS에 등장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후보들이 평소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후보의 딸과 아들의 페이스북 등에 공개되어서다. '고시 3관왕' 등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고승덕 후보와 성공회대 교수인 진보진영의 조희연 후보다. SNS에 공개된 자식들의 글을 요약하면 '고 후보는 제 자식을 포기한 아버지, 조 후보는 자식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아버지'다.
자식이 아버지의 한쪽 면만 보고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혈연관계라는 근원적 감정의 개입 여부 등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정치공작이라는 반발까지 나온 마당이다. 결국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이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유권자도 많아 보인다. 조회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점도 변수다.
단 몇 줄의 경력과 공약, 얼굴 생김새만 보고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두 아버지의 사례는 그나마 판단 요인이 좀 더 많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오시'도 하나의 좋은 평가 틀임을 인정한다면 두 후보의 됨됨이를 평가하는데 적용해볼 수 있는 대목이 없지 않다. 문제는 인재를 뽑으면서도 '로또' 보다 고민하지 않는 선거 풍토다. 이번 지방선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 사람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한, 무관심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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