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표밭, 훑어본 표심] 세계군인체육대회 논란 문경시장 선거

입력 2014-05-31 07:00:45

"능력은 오십보 백보…경제 살리는게 우선"

전
전'현직 문경시장의 박빙구도다. 새누리당 고윤환 후보는 '행정통'으로 '검증된 능력, 청렴한 시장'을 내세우고 있다. 무소속 신현국 후보는 '농촌통'으로 '다시 한 번 경제시장 농민시장'으로 읍소하고 있다. 서상현 기자

"둘 다 해본 사람 아인교. 하기는 김학문 (전) 시장이 잘 했으여. (도로나 건물이) 을마나 많이 생긴노 그때."

"(신현국 무소속 후보는 중도에) 고만둔 죄로 밸로 우리덜 맴이 안 좋았제. 근데 많이 치고 올라온기라. 사람들이 많이 누그러지는기지."

"(고윤환 새누리당 후보는) 영신숲 까디빈거 빼고는 한 게 있는감. 강 옆에 지랄헌다고 연못을 맹글었어. 물고기 갖다 놓고 장사할 일 있어여?"

"둘 다 능력은 오십보백보 아인가베? 무소속은 (새누리당) 복당하고 박근혜 도와야지."

29일 오후 문경시 점촌동 영강문화센터. 35℃를 웃돈 더위를 피해 정자에선 어르신들이 장기를 뒀다. 선거 이야기를 건네자 벤치에서 발톱을 깎던 어르신이 "어이 이리와 보래. 신문사에서 왔다네"라며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는 새누리당이라고 무조건은 아니여. 야당세가 강하지여. 옛날에는 지나가던 강아지도 만원짜리 한 장 물고 있을 정도로 좋았는데 그 시절이 올꼬." 한 어르신이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5명이 나섰지만 전'현직 문경시장 출신의 2강 구도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고윤환 후보는 2012년 보궐선거로 입성해 재선을 노린다. 무소속 신현국 후보는 2012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시장직을 사퇴했지만 다시 3선 시장에 도전한다. 신 후보가 고 후보의 시장길을 열어줬지만 재탈환하겠다고 나섰다.

신 후보는 세로로 '농민시장 경제시장'을 새긴 주황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정치 컬러는 새누리당이다. 친새누리 무소속"이라는 신 후보는 "당선되면 새누리당 입당 의사가 있다"고 했다. 고 후보에게 포문을 열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내년에 열리는데 선수촌 건립이 무산됐다. 군인체육대회는 마지막 목표다. '러닝(running) 문경'이 지속되는 기회이자, 문경 업그레이드의 시작인데 성공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고 후보가 제 후임으로 왔지만 보물단지를 애물단지로 취급했다. 문경 역사에 죄를 지었다. 비상시국이라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나왔다."

문경시민 다수로부터 군인체육대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고 후보는 군인체육대회 선수촌 건립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유치 신청 때부터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고 맞받았다.

"군인체육대회는 공인기록이 나오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 선수 모두가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데서 잠을 자며 같은 조건이 필요한, 그런 요구를 하는 대회가 아니다. 선수들이 묵을 곳은 기존 시설을 쓰고, 공동개최하는 다른 시'군의 협조를 받으면 된다. 군 막사라도 지어달라 할 것이다. 선수촌은 토지주택공사 등이 사업자로 나서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세탁업을 하는 50대 주민을 점촌동에서 만났다. 그는 "인력시장에 나가보소, 여기 경기가 얼매나 어려븐가. 음식점, 술집, 여관, 건설, 부동산뿐 아니라 사과, 오미자 하는 사람들 다 망하게 생겼어여. 경기 살리는 후보가 되야지여"라고 했다.

총선 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시장 도전으로 유턴한 신 후보는 시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전해달라 했다. "더 큰 문경을 그리고 싶었지만 심려만 끼쳐 드렸다. 이제 총선 출마는 접었다. 펼쳐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조아렸다.

고 후보는 "아낄 건 아끼고, 낭비성 예산은 줄이고 해서 부채 100억원을 갚았다. 재정을 튼튼하게 했고, 정치적인 싸움을 없앴다"고 말했다.

과거 문경은 대표적인 탄광지대였다. 외지 사람에게 후하다. 인물이 괜찮으면 정당은 관계없다는 정서가 강하다. 이한성 국회의원과 고 후보가 모두 예천사람으로 "문경은 예천 사람들이 위탁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신 후보에 대해선 "총선 실패 뒤 다시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는가" 하는 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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