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아크릴판에 반짝이는 LED, 겉모습 매혹된 자본주의 양면성
화려한 도심 야경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인의 삶을 드러내는 작가 구본석이 'The city of light'(빛의 도시)라는 주제로 다음 달 29일까지 갤러리청담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우리가 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진실이 아니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이런 의문들이 구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구 작가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찍은 사진이나 수집한 자료 사진을 기반으로 까맣게 어둠이 내린 캔버스에 각양각색의 비즈를 촘촘히 박아 조명이 밝혀진 도시 야경을 완성한다. 특히 그는 서울이나 뉴욕, 시카고 등 유명 도시의 모습을 소재로 사용했지만 작품에는 도시를 구별할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이는 작가가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시점으로 도시의 밤 풍경을 재현한 작품을 보면 수십만 개 비즈들의 반짝임이 눈을 압도한다. 고층 빌딩이 빽빽이 박혀 있고 일렬로 늘어선 차들의 행렬이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도심 풍경은 현대인의 삶을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보는 자본주의 본질은 양면성에 있다. 비즈로 형상화된 도시의 모습은 화려함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 화려함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해 어둠을 감추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양면적인 특성을 알게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허탈감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소립자화 된 인간 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도심 속에서 개인은 소립자에 불과할 뿐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대해 구 작가는 "멀리서 바라본 도시의 밤은 아름답지만 진실을 보기 어렵다. 수많은 빌딩들이 들어선 도시는 개개인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도시 안에서 개개인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이익과 자본주의에 입각한 원칙만 있을 뿐이다. 나의 작업은 값싼 소재인 비즈를 통해 아름다운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재현된 이미지를 통해 관람객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매혹되지만 이는 값싼 비즈의 조합일 뿐이다. 보여지는 아름다움은 우리가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빽빽한 비즈의 픽셀들은 텅 빈 도시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구 작가는 그동안 비즈로 도시의 밤 풍경을 표현한 연작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LED를 사용, 진짜 야경 같은 빛의 움직임을 구현한 신작을 선보였다. 투명아크릴판에 새겨진 수많은 LED 불빛들은 겉으로만 화려한 도시의 모습들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전통 산수화를 보면 높은 산에 올라 자연을 바라보며 느낀 황홀감이 담겨 있다. 구 작가의 도시 시리즈는 전통 산수화의 현대적 번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이중적이다. 도시 안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지만 반짝반짝한 조명들은 이런 것들을 어둠 안에 감추고 획일적인 화려함만을 드러낸다. 황홀한 동시에 허망한 도시 풍경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구 작가의 심미안적 태도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보며 진실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054)37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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