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의 갈등 끝에 여야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6월 2일부터 90일간 국정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사고 원인과 정부 대응의 문제점, 후속 대책까지 조사할 방침이다. 합의서 일정에 따르면 10일 동안 유족들과 예비조사팀을 꾸려 사고현장 방문에 이어, 12일 동안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관의 보고를 받는다. 해양경찰청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등을 망라했다. 8월 4일부터는 5일 동안 청문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국정조사는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 권리로 헌법에도 명시돼 있으며 유신정권 때 폐지됐다가 1989년 부활했다. 그동안 굵직한 사건 때마다 국정조사 발의가 있었지만, 계획서를 채택해 국정조사가 이뤄진 것은 대선 댓글 문제로 지난해 이뤄진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21건이다. 그러나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서 여야가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8건뿐이다. 율곡사업, 한보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권력 핵심과 깊숙한 관계가 있거나 많은 정치인이 관련된 비리사건 때마다 여야는 정쟁으로 시일만 끌다가 합의문 발표 없이 흐지부지했다. 이는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인적'제도적 개혁을 시행하는 전(前) 단계여야 할 국정조사가 여야의 정쟁 수단으로 변질했음을 뜻한다.
문제는 이번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도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크다는 점이다. 여야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면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 명기를 두고 사흘 동안 기 싸움을 벌였다. 결국 '기관 보고 때는 기관의 장이 보고한다'는 어정쩡한 문구로 합의했다. 또 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했지만, 국가정보원과 위원회가 결정하는 기관은 비공개로 했다. 앞으로 증인채택과 청와대 등 공개 기관 범위를 두고 논란을 벌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여야는 국정조사가 국민을 관객으로 한 주도권 다툼의 싸움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은 300명이 넘는 국민이 희생되고 아직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국가적 참사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만이 희생자와 유가족, 나아가 국민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 국정조사를 또다시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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