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병실·빼곡한 침대…대구경북도 위험

입력 2014-05-28 11:30:59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가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로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뒤 요양병원의 안전 문제가 수시로 제기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요양병원도 화재 안전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다수 요양병원이 좁은 병실에 최대한 많은 침대를 넣어 한꺼번에 환자를 수용하는데다 이동공간도 비좁기 때문이다.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은 휠체어나 보조기구를 사용해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공간이 워낙 좁다 보니 한꺼번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을 부축해서 탈출을 도울 요양보호사 숫자도 턱없이 부족해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인명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북의 한 요양병원은 33㎡가 조금 넘는 공간에 침대 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장 나이가 적은 편에 속하는 환자가 70대며, 90세를 넘긴 환자도 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좁은 공간 탓에 병실 안에 있는 휠체어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큰불이 났을 때 환자들이 보조기구 없이 탈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요양보호사도 문제다. 요양병원에는 치매 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을 부축해서 화재 현장을 탈출시킬 사람이 부족한 셈이다. 경북의 또 다른 한 요양병원은 여성 요양보호사 2명이 환자 35명을 돌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요양보호사 A씨는 "큰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요양보호사 혼자 수십 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친다. 요양병원에는 혼자 걸을 수 있는 어르신들은 많지 않아 부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불이 났을 때 요양보호사 2명이 35명의 탈출을 돕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요양병원의 안전 문제는 수차례 지적됐다. 지난 2010년 11월 경북 포항에서도 인덕노인요양센터에 불이 나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1층에 있는 16㎡ (5평 남짓)가량의 사무실만 불에 탔고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10명이나 숨지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이는 최초 화재 신고자의 초동 조치가 미흡한데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증 환자여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환자들은 연기가 올라와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일부 치매 환자와 고령자들은 사고 사실조차 잘 모르기도 했다.

다른 요양보호사 B씨는 "일부 병원은 치매 어르신과 의사 표현이 가능한 어르신들을 분리해 입원시키기도 한다. 큰불이 났을 때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는 치매 환자 병실은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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