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학생 설문 정부 대책 미흡 86%…미래 주역 신뢰 침몰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기성세대에 대한 미래세대의 불신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에 승선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지켜본 지역의 또래 청소년들은 ▷내가 살기 위해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 ▷사고 수습에 무능력한 정부 ▷돈벌이에 급급한 선박회사 등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기성세대의 면면을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매일신문은 이달 22, 23일 이틀간 대구 지역 3개 고교 2학년 남녀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청소년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들은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가장 잘못한 집단'으로 선장과 선원(56%)을 꼽았다. 다음으로 ▷해양수산부, 해경 등 재난대처 당국(28.3%) ▷대통령(8.7%) ▷선박회사(4.3%) ▷언론(2.7%) 등이 뒤를 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서는 선장, 선원, 해경 등의 개인적 책임감 또는 자세(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해경과 정부 당국의 허술한 체계(26.3%) ▷돈벌이에 급급한 선박 운영(19.7%)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13.7%) ▷고속 성장의 그늘(0.3%) 등의 순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청소년들은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대책은 적절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청소년의 86.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서도 72.6%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세월호 사고 원인 조사 및 책임자 처벌에 대해 신뢰하는 청소년은 27.3%에 그쳤으며, 해경 해체 등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가 적절했다는 응답 또한 12.3%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드러난 선장'선원들의 무책임한 모습과 정부의 무능력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어른들(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커졌나'라는 질문에 61.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약간 그렇다가 35.7%, 매우 그렇다가 25.7%였다.
청소년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외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44.6%(매우 그렇다 22.3%, 약간 그렇다 22.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른이라 불리는 기성세대 모두가 세월호 침몰 참사의 공범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기성세대의 뼈아픈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을 주문하고 있다.
영남대 허창덕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는 한 척의 부실한 선박이 아니라 기성세대 전체의 모습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기성세대는 '나는 과연 내 직업의 사회적 직분에 최선을 다해 왔는가' '나는 과연 돈의 권세 앞에 굴함이 없었는가' '나는 과연 나 자신에게 성실했는가' 등에 관해 책임을 묻고 내가 내 자리에서 참으로 건강해지는 모습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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