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으로 일구는 공동체] 대학 텃밭동아리 '희망토마을'

입력 2014-05-22 14:02:16

"올 배추 잘 자라면 김장해 기부할 계획이죠"

대학 캠퍼스에도 텃밭이 있다.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앞에는 160여㎡ 규모의 텃밭이 있다. 학생들은 이곳을 '희망토마을'이라 부른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올해 초 5기생을 모집했다.

◆"캠퍼스 텃밭서 농사의 멋 느끼죠"

텃밭 '희망토마을'은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앞에 있다. 유경호(25·농업경제학과 3학년) 이장은 텃밭 가꾸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텃밭이지만 농사의 멋과 맛,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 텃밭을 만든 것은 2012년 여름. 농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건물 앞 공터 160여㎡를 텃밭으로 활용토록 해달라고 대학에 건의해 이뤄졌다. 대학 안에 텃밭을 마련해 대학생들이 농사를 짓는 텃밭동아리는 2010년 고려대에서 시작해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선 경북대가 처음이다.

시작 당시는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소문이 나면서 참여 학생도 늘었다. 현재 동아리 회원은 20여 명. 학과도 농대에 머물지 않고 인문대, 사회과학대학 등 다양한 학과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 중 여학생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은 농사 경험이 없다. 유 이장 역시 "다른 동아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에 끌려 들어오게 됐습니다. 조그마한 씨앗이 작물이 되고 결실을 맺기까지 노력을 해야 하고 수확의 보람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키워보니 알겠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유 이장은 처음에는 물주는 방법도 몰랐다고 했다. "처음 배추를 심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원래 배추를 심을 땐 물을 붓고 심어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따로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때문이었는지 배추가 자라지 않았어요. 김장 배추였는데 제 실수로 농사를 망칠까 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배추가 되살아나 무사히 수확까지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수확 기념으로 텃밭에서 회원들이 모여 배추쌈과 고기를 먹었는데 더욱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텃밭에는 상추와 감자, 고추, 들깨, 양파, 오이, 고구마, 바나나 등을 심었다. 가을에는 김장을 위해 배추도 파종할 계획이다. 유 이장은 "잘 자라면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해 기부도 할 계획입니다. 나머지 작물도 기부를 하거나 염가에 팔기도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시간 나는 대로 텃밭에서 일하면서 '흙'을 알아간다. 3개조로 나눠 심은 작물을 관리한다. 가끔 자신이 키운 상추 등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주말에는 이곳을 찾는 어린이집 원생들에게 텃밭 가꾸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행사도 연다. 이장은 "텃밭에 오면 마치 삶을 가꾸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희망토마을은 자연과 소통하고 농사의 소중함을 텃밭을 일궈냄으로써 깨닫는 동아리이다. 유 이장은 "희망토마을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업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거나 농작물 서리를 당했을 때 '자식 잃은 것 같다'는 농민들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돼요. 이런 점에서 직접 농사를 짓거나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텃밭 가꾸기는 사람들에게 인식 변화를 줄 수 있어서 좋아요. 또 농사짓는 것을 가까이에서 접한 학생들이 먹거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자영(농업경제학과 3학년) 씨는 "실제 농업을 체험해 보고 싶어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제가 직접 씨를 뿌린 작물이 싹이 나고 자라나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이효진(농업경제학과 3학년) 씨는 "이곳에 들어와 건강밥상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등 식습관도 바뀌었다. 내가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비빔밥을 해먹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앞으로 농촌봉사활동도 하는 등 농민들과 농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또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이라는 것에 대해 알리고 지역사회나 캠퍼스에도 이런 텃밭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도시와 농민들, 농촌 간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유 이장은 논농사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밭농사만 했는데 모내기도 해보고 싶어요. 쌀의 중요성도 깨닫고….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