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취했으니 집 찾아줘" 응급전화 30%는 비양심

입력 2014-05-21 10:30:33

출동거절땐 소방관에 욕설 등 행패

고모(51'포항시 북구) 씨는 119구급대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 최근 2년간 고 씨는 51차례나 응급 출동을 요청했다. 모두 술에 취해 자기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누는 상태에서 요청한 것이었다. 이송된 병원에서도 술주정을 부리는 바람에 일부 병원에서는 고 씨의 진료를 꺼리는 실정이다. 한 소방관은 "신고를 받고 출동은 하지만, 공짜 택시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불필요한 응급구조 신고가 숙지지 않으면서 소방력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구조 신고 10건 중 3건은 이송조차 필요없는 경미한 경우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절반 가까이가 구급 출동이 필요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응급신고 건수는 12만773건으로 하루 평균 330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한 건수는 8만6천421건으로 71.5%를 차지했다. 이송한 환자는 모두 9만265명이었다. 10건 중에 3건은 병원에 옮길 필요조차 없는 경미한 상황이었던 셈. 심지어 포항 북부소방서의 경우 지난해 9천265차례 응급 출동을 했지만 비응급환자에 의한 출동은 절반에 가까운 4천243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119구급대는 단순 치통이나 감기, 의식이 있는 술에 취한 사람, 입원을 목적으로 하는 만성질환자 등은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되면 구급대는 현장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환자의 증상이나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송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

한 소방관은 "심지어 등산을 다녀와서 다리가 아프다며 집에 데려다 달라는 경우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송을 거부하면 욕을 하며 싸우려 든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출동 요청은 정작 도움이 절실한 응급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재욱 포항북부소방서장은 "비응급환자가 많을수록 정작 응급환자가 피해를 보고, 결국 본인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시민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아니거나 단순 신고 등의 경우 지자체 및 유관 기관과 연계, 처리해 응급 출동으로 소방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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