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마트도 담배 판매, 골목 구멍가게 생존권 위협

입력 2014-05-21 09:36:16

50m 거리 제한 적용 예외, 영세상인 담배 비중 큰 데 손님 끊겨 일반매출도 감소

담배사업법 내 거리제한 예외조항이 골목상권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규모가 큰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영업소 간 최소 5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한 일반 담배소매점에 적용되는 규정에 저촉을 받지 않아 인근 소규모 담배판매업자들의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담배를 사려는 사람의 발길이 줄면서 덩달아 다른 물건까지 잘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담배소매업을 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판매 지정을 받아야 한다. 지자체는 기획재정부령에 따라 규칙을 제정하고 판매허가를 내주는데, 핵심은 영업소 간의 거리를 50m로 제한하는 항목이다. 허가제로 상권 내의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담배 소비 증가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구내소매인 경우 이런 거리 제한에서 예외를 두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대규모 시설, 유원지 등은 사람이 많이 몰려 거리제한 없이 담배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구내소매인 중에 100㎡ 이상의 편의점과 슈퍼마켓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규모 담배판매업자들은 인근에 구내소매인으로 등록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들어오면 매출 타격을 입고, 거리제한의 취지도 무색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 중구의 한 복권방은 10년간 담배를 판매해 왔지만 지난해 바로 옆 건물에 중형급 마트가 들어서면서 담배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이 마트를 구내소매인으로 인정한 구청이 담배 판매허가를 내 준 뒤 일어난 일이다. 정모 씨는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분위기 속에 대기업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편의점에 담배 판매권을 준 것은 힘없는 영세업자들은 죽으라는 꼴이다"며 "구내소매인 거리 제한 예외조항은 단일건물에 이용 인원이 많으면 이용객의 불편을 덜어 주려는 것이다. 그런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규모 담배판매업자들은 매일같이 대형 판매업자들과의 전쟁에 허덕이고 있으나 허가권자인 자치단체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구청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구청의 재량으로는 면적 측정 방법 등 미미한 부분밖에 조절할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담배소매인 허가 업무는 지자체에 위임했다고 지자체로 모든 걸 떠넘기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소규모 업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규모가 큰 종합소매점 또한 그들의 권리가 있고, 소비자의 편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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