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시골마을에는 "언제 일 한번 실컷 해보고 죽을꼬!"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어르신이 있었다. 소 꼴 베기, 염소 몰고 오기 등 부모님이 시키는 사소한 일도 하기 싫어 요리조리 꽁무니를 빼던 우리들은, 그 영감님이 필시 '망령이 나서 한 말일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세상에 일이 하고 싶다니?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가 가장 하기 싫은 게 공부이고, 그다음이 일이었는데 말이다.
젊었을 때는 결코 '근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던 선친께서는 노년에 얼마나 부지런하셨는지 일손을 맞추느라 따라다니시던 어머니가 죽을 지경이었다.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으셨다. 선친은 결국 새 경운기까지 장만해놓고 돌아가셨다. 나이 든다고 다 부지런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시골에는 일 욕심 때문에 자식들에게 원성을 듣는 어르신들이 있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애꿎은 어머니까지 고생시키는 걸 좋아할 리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일이 무척 재밌어진다. 선친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당연하겠지만, 내 경우엔 다른 요인까지 더해졌다. 바로 일에 대한 신념이다. 나는 여러 번 실패 끝에 어렵사리 자리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머리보다는 오직 몸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여 뜻을 이루었다. 그때 일에 대한 무한 신뢰감이 생긴 것 같다. 적어도 일을 하고 있으면 상황이 나빠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일을 할 땐 정신적으로도 최상의 안정 모드를 유지한다.
과연 돈이란 버는 재미가 좋을까, 쓰는 재미가 좋을까? 아직은 많이 벌어보지도 써 보지도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버는 재미가 쓰는 재미 못잖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버는 재미 때문 아니겠는가. 누구나 꿈꾸는 일이겠지만 내 바람이 돈을 많이 벌어 남을 위해 많이 써보는 것이다. 벌지는 않고 쓰기만 좋아하는 것도 문제지만 벌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나이 들어 아무리 일이 재미있다고 해도 젊은 나이에는 그렇지가 않다. 특히 밥벌이의 수단이라고 여겨지는 일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일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어차피 해야만 한다면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겠는가. 능력 있는 자, 노력하는 자, 좋아하는 자 모두 '즐기는 자를 못 당한다'고 했다. 일은 정직하다. 묵묵히 일하면 성공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돈과 명예는 덤이다. 가장 딱한 사람이 바로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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