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나 아닌 나 '치매'

입력 2014-05-20 07:05:46

내가 '나'임을 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기억이 유지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기억을 잃음으로써 행동적, 심리적, 인지적으로 '내가 나임'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들이다.

치매로 고생하게 되면 기억을 비롯한 인지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예전과 다르게 변하기도 한다. 사실 치매는 육체적인 '나'는 있는데 현실에 기반한 '나'를 잃어가는 병이다. 그래서 기억도 하지 못하고 갑자기 나 주변의 모든 환경이 익숙하지 않게 된다. 시간, 장소, 사람과 일어나는 일도 헷갈린다. 심각한 경우 환청, 환시 등으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치매는 크게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라고 불리는 퇴행성 치매로 나뉜다. 물론 두 형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에서 혈관이 터지거나 혈관이 막혀서 피가 제대로 흐리지 않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주변 뇌세포가 손상된다. 방치를 하게 되면 혈관성 치매를 야기하게 되는데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특정 인지 기능에 특히 장애를 보이게 된다.

퇴행성 치매는 뇌 속의 단백질 변성으로 인해 뇌세포가 파괴되고 병이 서서히 진행되어 기억, 언어, 방향 감각, 충동성, 판단력 등을 상실하게 된다. 뇌는 세포들 간의 복잡한 연결을 통해 기능에 따라 인지 처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런데 그 네트워크의 일부가 손상으로 인해 막혀버리면 다른 영역의 정보처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인지기능이 점점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치매로 진행되기 전에 뇌에서 주는 신호들을 간혹 무시한다. 뇌기능이 저하되어 주의력이 떨어지고 쉽게 잊어버리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등 인지 능력에 문제를 보이는데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크게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전두엽이 손상되었을 경우에는 말수도 달라지고 충동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력을 보이는 경우 성격이 이전과 달라졌다고만 생각하고 그것이 치매의 전조 현상인지를 간과하기도 한다.

현실의 나를 잃어가는 치매를 막는 방법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을 때 속히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위험 요소들을 조절하고 인지적 기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면 진행을 막거나 더디게 할 수 있다. 집안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매가 두려운 이유는 정작 치매에 걸린 환자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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