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교 교육에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뀐 교육과정에선 진로 교육을 강조하고 봉사활동도 중요시하는 데 학교의 힘만으론 이를 제대로 운영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 지자체는 구체적으로 학교 교육의 어떤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모르고 있다. 이때 교육청이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교육청은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지자체 대부분이 학교 운영비 일부를 보조하는 데 그치고 있는 이유다.
반면 학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곳도 있다. 서울 용산구청과 대구 수성구청이 좋은 예다. 이들 구청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춰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개설해 운영 중이다. 두 구청이 펼치고 있는 학교 교육 지원 사업을 살펴봤다.
◆서울 용산구청: '공교육 특색 살려주는 지원 프로그램'
서울 용산구청은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3년째 '고교 연합 공교육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공 연구 심화 강좌'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의 관심 분야와 전공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용산구청은 대학교수, 고교 교사, 외부 전문가 등으로 강사진을 구성하고 방과 후에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전공 영역별 강의를 진행 중이다.
용산구청 측은 "이 같은 '전공 연구 심화 강좌'는 공교육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자체와 대학, 학교 간 교육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사교육에서 손대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교는 배문고, 보성여고, 성심여고, 신광여고, 오산고, 용산고, 중경고 등 용산구의 일반고 7곳. 용산구청은 프로그램 운영비와 학생 수강료 60% 이상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적화했다. 1학기에는 인문학부의 동아시아 역사 이슈 탐구 학습반과 문학 텍스트 분석반, 사회과학부의 방송 영상 전공 연구반과 정치 외교 전공 연구반 등 6개 영역(학부)으로 나눠 12개 전공 연구 심화반을 운영했다. 특히 생활과학부의 의상학(패션과 문화) 반과 도시 주거 환경 연구반은 인문계와 자연계 교과 과정을 융합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닻을 올린 용산구청의 2014년 '전공 연구 심화 강좌'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성심여고에서 진행하는 전공 연구 프로그램 20개에다 숙명여대와 연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 16개를 더해 모두 36개 전공 연구 심화 강좌를 마련했다.
숙명여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브랜드 광고, PR전략 탐구학습반(홍보광고학) ▷우리 우주 바로 알기 프로젝트(나노물리학) ▷의류학 전공 심화반(의류학)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기획 및 개발(멀티미디어학) 등 16개. ▷프랑스 문학 산책반(인문학) ▷방송 영상 전공 연구(사회과학) ▷경제경영: 애덤 스미스와 함께 하는 시사토론(경상학) ▷미술 포트폴리오반(미술학) 등 20개 프로그램은 성심여고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강좌는 학기별로 주당 1회 3시간씩 모두 8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학기에만 용산구의 고교생 638명이 참가하고 있다. 강좌가 마무리되는 연말에는 '집중 탐구 1인 1연구 보고회'를 열어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 발표할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사교육비를 줄여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학교 기반을 마련해 용산구의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려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계발하는 교육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청:학교별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 운영
대구 수성구청은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다. 출범 3년차를 맞는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이하 창체센터)가 그곳이다. 창체센터의 기본 운영 방침은 각 학교와의 연계성을 높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방침에 따라 창의적체험활동은 물론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교 개정 교육과정, 바뀐 대입제도 등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창체센터는 출범 첫해인 2012년부터 학교 차원에서 추진하기 힘든 부분을 짚었다. 학교와 지역 사회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역 대학교수, 연구원, 박사 등 전문 인력들을 중심으로 진로'전공 체험 캠프와 특강, 과제연구(R&E), 가족구술생애사 아카데미 등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4년 창체센터는 진로 교육 강화,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고교 개정 교육과정 시행 등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맞춰 지역 사회와의 연계 작업을 더욱 체계화하고 있다.
우선 수성구 지역 초'중'고교의 교무'진학'진로'창의적체험활동 담당 교사들과 협의체를 구성, 학교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상설 체제를 구축했다. 정기적인 협의회를 통해 운영할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워크숍, 토론회 등도 열어 프로그램의 양과 질을 모두 높일 계획이다.
과학'생태체험, 수학'과학과 인문 과목의 벽을 무너뜨린 융합인재교육(스팀'STEAM), 영어 영재교실 등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과학'생태체험은 팔현마을, 진밭골, 망월지 등 수성구의 자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진행, 관련 지식에 더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중'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은 동아리 활동과 진로 활동을 중심으로 진로'진학에 초점을 맞춰 운영 중이다. 학년별, 시기별로 단계에 맞춰 진로'전공 체험, 직업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대학교수, 박사, 전문가 등이 사회과학'자연과학'예술 등의 동아리를 한 학기 동안 지도한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전공 체험은 경영'사회'심리'자연'공학 등 전공별 대학교수를 초청, 10시간 내외 강의를 진행해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진로 설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창체센터 측은 "일회성에 그치는 학과 소개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진로를 찾게 해줄 수 없다"며 "직업 체험은 수성구 내 10여 개의 기관과 연계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직업을 체험함으로써 직업의 가치와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대학입시와 관련해 각 고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학교수, 입시 전문가 등이 1대 1로 자기소개서 작성, 서류 준비, 구술면접 강의를 진행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창체센터 관계자는 "지자체가 교과 학습이나 시설 개선에 예산을 쏟아붓는 방식은 예산 낭비"라며 "수성구처럼 학교와 학생들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의 물적'인적 자원과 연계해 지원해야 공교육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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