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위한 안내서 '대구 컴퍼스' 기자들

입력 2014-05-17 07:43:30

"기사 찾아 뛰다 보면 나도 대구시민 느낌 팍팍 온답니다"

대구컴퍼스 외국인 기자 브라이언 반 하이스, 케이티 바비아즈, 이반 브로이, 대구컴퍼스 마케팅 팀장 하미영 씨(왼쪽부터) . 김의정 기자
대구컴퍼스 외국인 기자 브라이언 반 하이스, 케이티 바비아즈, 이반 브로이, 대구컴퍼스 마케팅 팀장 하미영 씨(왼쪽부터) . 김의정 기자
취재기자 브라이언 반 하이스와 사진기자 이반 브로이다가 식당 취재를 하며 메뉴판 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컴퍼스 제공(사진 위)
취재기자 브라이언 반 하이스와 사진기자 이반 브로이다가 식당 취재를 하며 메뉴판 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컴퍼스 제공(사진 위) '대구 컴퍼스' 최근호들.(사진 아래)

"한국에는 팁 문화가 없다. 대신 웨이터를 큰 소리로 불러라." "남자끼리 서로 잘생겼다고 칭찬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잡지 '대구 컴퍼스'(The Daegu Compass)에는 다른 관광 가이드 책에서 볼 수 없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외국인이 대구에서 궁금해할 법한 내용을 철저히 외국인의 시각에서 담았다. 40여 명의 외국인 기자들이 대구를 종횡무진하며 외국인들의 대구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미국에서 온 브라이언 반 하이스(35), 케이티 바비아즈(31), 이반 브로이다(31) 등 '컴퍼스 기자단'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컴퍼스 활동은 대구에 녹아드는 지름길

이들 셋은 모두 학원 선생님이다. 학원 일만 해도 바쁠 텐데 컴퍼스 취재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컴퍼스 활동은 돈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간을 쪼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대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진기자인 브로이다 씨는 컴퍼스 기자 생활을 하며 소속감을 느낀다. "매월 기사를 쓰려면 발로 뛰어야 해요. 그럴 때마다 나도 대구 시민이라는 소속감을 느낍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되는 것도 활동의 묘미예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인 바비아즈 씨는 전업 기자 못지않게 항상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뛴다. "3년 전 군인 신분으로 대구에 처음 왔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외국인이 많은 곳도 아니고 사람들도 보수적이라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당시 바비아즈는 "제발 돌아가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는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된 건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한국어를 배우고 말하면서 한국인 친구와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게 됐어요. 겉으로 보기에 무뚝뚝한 모습이 대구 시민의 진짜 얼굴이 아니더라고요. 대구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도 나와 같은 심정일 거예요. 그들에게 대구의 진짜 모습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이들은 컴퍼스 활동을 하면서 대구 구석구석과 친해지고 있다. 기자 경력 2년차인 부편집장 하이스 씨는 기자로 활동하며 '뜨거운 대구'의 매력을 흠씬 느끼고 있다. 대구의 뜨거운 날씨, 열정적인 시민을 두고 'Red Hot Daegu'라고 말하는 이유다.

◆외국인을 대변하는 눈

다른 나라에 가면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로운 만큼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컴퍼스 기자단은 대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길을 찾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컴퍼스가 지도를 새롭게 만드는 이유다. 외국인들에게 불편한 주소 체계와 불친절한 표지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바비아즈 씨는 "약속을 잡을 때에도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구백화점 앞에서 만나자'고 하면 외국인들은 대구백화점이 아무리 큰 건물이라도 잘 알지 못한다. 대신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 수월하다.

잡지에는 매월 새 지도가 업데이트된다. 기자들이 현장을 찾아 직접 길을 걸어보고 어떤 길이 더 찾기 쉬운지 잡지에 자세하게 기록한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은 택시기사에게 잡지에 있는 지도만 보여줘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을 위해 만든 영어 표지판이 정작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했다. 하이스 씨는 "Banwoldang을 읽는 것보다 '반월당'을 읽는 게 더 빠르다. 영어 표기를 읽는 게 오히려 복잡하다"며 "잠깐 오는 여행객들이라도 2주만 투자한다면 한글 읽기는 금방 터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지에 담긴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식당에서 편리하게 주문하는 방법, 대부분 독자가 영어 강사인 점을 고려해 '학생들을 가르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실려 있다. 식당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추천할 만한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베푼다.

◆발전하는 대구와 함께하고파

대구는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열렸고, 도시철 3호선도 개통을 준비 중이며 매년 대구에 머무는 외국인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브로이다 씨는 "발전하는 대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가 서울과 부산이 아닌 대구에서 외국인 기자로 머물고 싶은 이유다.

외국인들의 눈에도 보수적이었던 대구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그들은 평가했다. 바비아즈 씨의 몸에는 문신이 있다. 그가 처음 대구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문신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지금은 학생들도 무덤덤하게 넘길 정도로 변했다. 케이티는 "대구가 점점 다양한 외국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도 있다. "다른 외국인이 대구에 살겠다고 하면 추천하고 싶냐"는 질문에 하이스 씨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머뭇거렸다. 안전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안전에 민감해요. 보행자를 존중하지 않는 운전자들이나 난폭운전하는 버스기사들, 안전장치가 허술한 길거리 공사장을 보면 아직도 많이 불안합니다."

글 사진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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